[단독]존리 없는 메리츠 '우먼펀드', 재정비 나선다…"수익률 제고"

여성친화기업 포지티브→네거티브 투자로 전환
이르면 내달 운용방식 변화…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논의 중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국내 최초 여성친화기업에 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가 재정비에 나선다. 기존 포지티브 투자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투자 매력이 높은 종목 중 여성 관련 부정적 이슈가 있는 기업은 제외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운용 전략을 바꾼다.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이르면 내달 '메리츠더우먼펀드' 운용 방식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투자 종목 선별 방식과 관련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논의하고 있다.

기존 운용방식은 서스틴베스트가 선별한 여성친화기업 리스트에서 밸류에이션(가치) 등을 고려해 좋은 종목에 투자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임원 중 여성의 비율, 남여 근속연수·급여 차이 등을 고려해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 중에서 투자하는 식이다.

문제는 좋은 기업인데 단순히 객관적 데이터 부족으로 여성친화기업으로 분류되지 못해 투자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투자 종목 선정에도 한계가 있었다. 실제 메리츠더우먼펀드의 매매회전율은 지난해 2분기 0.83%였고, 3분기에는 한 번도 종목의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메리츠자산운용은 네거티브 투자 방식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처럼 여성친화기업을 위주로 투자하되, 메리츠자산운용이 발굴한 좋은 투자 대상 기업 중 여성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을 제외하는 것이다.

정다솜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기업의 대응이 미진했거나 임원중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를 제외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논란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중단 권고를 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더우먼펀드'는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철학이 담긴 회사의 대표 펀드다. 여성 사회참여가 높은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낸다는 데이터에 기반해 여성 친화기업에 투자한다. 지난 2018년 11월 2일 설정이 됐고 존 리가 직접 책임운용역을 맡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 이후 존 리 전 대표는 직접 영입한 박정임 매니저에게 해당 펀드의 운용을 맡겼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차명투자의혹으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겸직해 온 존 리가 퇴진하면서 펀드 운용에 차질이 생겼다. 올해 초에는 '존 리 키즈'로 불린 박정임 매니저도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메리츠더우먼펀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펀드의 운용을 넘겨받은 김홍석 메리츠자산운용 CIO는 서둘러 펀드 재정비에 나섰다. 존 리가 떠난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김홍석 CIO는 20년 넘게 존 리와 함께 일해왔고, 존 리가 합류하기 전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어수선한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김홍석 CIO는 "사람을 많이 늘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 효율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잡아나가고 있다"면서 "좋은 기업에 장기투자한다는 존 리의 운용철학은 바뀌지 않았고, 우먼펀드가 더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서스틴베스트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