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금융투자소득세 Q&A2, 오해와 진실편
금투세 도입, ELS와 사모펀드 투자자에겐 일부 유리할 수도
금투세 과세 대상은 전체 1%…"주식 하락은 예상 못해, 심리는 악화될듯"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안을 두고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가 갈리는 가운데 업계 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 생기는 세금이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번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뤘다면(▶[손엄지의 주식살롱] 금융투자소득세 Q&A, 어떻게 대비할까?) 이번에는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금투세 유예, 왜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가요?
▶금융투자소득세는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입법 예고된 세법입니다. 그래서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한다”는 세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시 여야가 합의해 “금융투자소득세를 2년 유예한다” 내지는 “폐지한다”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100억원으로 늘린다고 하는데요. 이건 시행령 사안이어서 행정부의 의지로 언제든 개정할 수 있지만, 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던 만큼 유예안을 관철하려고 할 것이고, 야당인 민주당은 합의한 법안을 무력화하는 데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1년 유예’ 정도로 합의보지 않겠냐는 말도 나오지만, 여야 간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 달 2일 정부안인 ‘2년 유예’가 본회의에 부의될 것입니다. 하지만 부의가 되더라도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없다면 그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12월 2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여야가 합의를 봐야 합니다.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법은 그대로 시행되겠죠.
-증권사들은 제대로 준비하고 있나요?
▶금융투자소득세는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사들도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증권사 취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업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취재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내년에 금투세가 도입되는 것에 걱정이 많기는 합니다. 금투세 도입으로 증권사들은 원천징수의 의무가 생겼습니다. 기존에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세금을 징수한 적이 없고, 그래서 그런 시스템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증권사들은 수십억 원을 들여 원천징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고객이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이 났을 때 22%의 금융투자소득세를 떼도록 했습니다. 대형 증권사들은 70~80% 정도 완성이 됐다고 하지만 이를 완전히 믿을 순 없습니다. 중소형사는 ‘유예안’을 믿고 거의 대비를 안 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실제 내년에 도입이 된다면 지금쯤 증권사들은 ‘테스트베드’를 통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어떤 증권사도 시스템을 돌릴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연말까지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도 개정 세법의 보완점이 많습니다. 세무 자문을 맡은 회계사들은 금투세 적용 시 다른 법과 상충하는 문제 등을 담은 질의서를 과세당국에 보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금투세는 오히려 부자 감세다?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생각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처럼 대주주에게만 과세하는 방식은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은 삼성전자만 100억원을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10개 종목을 각 10억원씩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대주주 과세 기준이 100억원으로 높아진다는 경우를 예로 들면 삼성전자를 가진 사람은 대주주가 돼 20%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10개 종목을 가진 이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세금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우리나라가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주식 시장 활성화의 목적도 있었겠지만, 제대로 세금을 걷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 등 자본 선진국들은 이러한 시스템과 정책을 갖췄기 때문에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금융투자소득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야기가 되어오던 문제입니다. 복합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은 현재 세금 정책에 대한 논의는 오랜 시간 이뤄져 왔고, 그 결실이 지난 2020년 통과된 개정 세법입니다.
하지만 금투세가 부자들에게 더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바로 자산가들이 많이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와 사모펀드에서 세금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ELS를 통해 1억원을 벌게 되면 현행법으로는 2000만원에 대해서는 14%의 저율 과세를 받고, 8000만원 수익에 대해서는 40% 세율을 적용받아 348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개정 세법에서는 수익 1억원에서 250만원을 공제받고, 9750만원에 대해 20% 세율을 적용받아 1950만원만 내면 됩니다.
-우리도 대만처럼 금투세 도입 시 증시가 폭락하지 않을까요?
▶대만의 경우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함께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 실명제를 도입했죠. 대만의 증시가 폭락했던 건 금투세 도입보다는 실명제 이슈가 터 컸습니다. 한국 자본시장과 비슷한 일본의 경우는 1989년 금투세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세금 시스템을 연착륙시켰습니다.
-왜 기관과 외국인은 금투세 적용 대상에서 빠졌나요?
▶국가별 기본적인 조세 원칙은 본국 과세입니다. 서학개미가 투자 소득을 국내에 내는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들도 그들의 나라 법에 따라 세금을 냅니다. 그리고 기관투자자는 주식투자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냅니다. 차별을 둔다는 건 오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투세, 도입될 것 같나요?
▶만약 주식시장이 작년과 같은 활황이었다면 논란이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겁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는 평균 0.9%에 불과했습니다.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 2020년에도 과세 대상은 1.2%밖에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세금 부과 대상에 속하는 1%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실제 매도가 쏟아지지 않더라도 주식시장 투자 심리는 굉장히 악화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올해 손실분도 반영해서 내년에 금투세를 도입하겠다는 개정안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합니다. 올해까지는 주식 투자 수익이 비과세이기 때문에 고객의 단가관리가 정밀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고객의 거래내역을 뽑아서 가격을 역산하긴 쉽지 않습니다. 이를 계산할 시스템을 만들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고요. 민주당의 대안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정상적인 자본시장이라면 주식은 본래 가치로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더 담으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심리’는 예상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고려해 금투세 도입이 좋은 결론이 나오길 바라봅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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