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동 대신 청라, 칸막이 대신 소파…하나금융 '청라 HQ' 가보니

외벽에 1.1㎞ 경사로·개방형 업무공간…'하나로 연결된 금융' 구현
직원식당·피트니스·어린이집까지…업무부터 휴식까지 한곳에서

30일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HQ) 신사옥의 모습. 2026.09.30 ⓒ 뉴스1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의 출퇴근길이 서울 명동에서 인천 청라로 바뀌었다. 지주를 비롯해 은행·카드·증권 등 주요 계열사가 청라로 이전하면서다.

청라에 조성된 '하나금융타운'은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의 금융타운을 모델로 했다. 주요 계열사를 한곳에 모아 금융·IT·데이터 기능을 집약한 그룹의 새 거점으로 만들겠단 구상이다.

30일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HQ) 신사옥은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라는 그룹의 비전이 건물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3만 8872평 규모의 신사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층부터 15층까지 이어지는 긴 경사로였다. 건물을 휘감듯 꼬불꼬불 이어진 경사로의 길이는 1.1㎞에 달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층과 층 사이를 걸어서 오갈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하나금융은 직원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칸막이 없애고 소파 배치…"햇볕까지 고려한 건축"

개방감을 주는 업무 공간도 청라 HQ의 장점이다. 업무 층별 전용 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사옥 대비 약 3배에 달한다. 7층은 스마트워크 센터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하거나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각 부서를 나타내는 팻말이나 칸막이를 없애 물리적 경계를 허물었다. 직원들의 사무공간을 구획하기보단 개방형 회의 테이블, 둘러앉을 수 있는 소파 등을 배치해 언제든 모여 회의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건물 전체를 거대한 협업 플랫폼으로 구현해 그룹이 내세운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라는 비전을 곳곳에 녹여낸 것이다.

30일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HQ) 신사옥 내 사무공간의 모습. 2026.09.30 ⓒ 뉴스1 한병찬 기자

임직원의 일상과 휴식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사옥 곳곳에 '리프레시 룸', '마사지 룸', '리클라이너 의자', '캡슐룸' 등이 배치됐다. 지하 1층에는 200평 규모의 피트니스 공간이 마련됐고 실제로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편하게 활용했다.

8~9층에는 약 800석 규모의 직원식당이 들어섰고 지하 1층에서는 간편식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앞에는 정원 300명 규모의 어린이집도 마련됐다. 인천 지역 주민과 협력업체 자녀들도 등록할 수 있다. 업무 공간뿐 아니라 휴식, 육아까지 하나금융타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한 셈이다.

건물 외벽을 따라서는 서로 다른 각도로 설치된 금속 핀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었다. 서쪽 정서진 방향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연간 일조량을 분석해 금속 핀의 각도를 달리했다"며 "낮에는 차양 역할을 하고 오후 5시 무렵부터는 석양이 사무실 안쪽까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30일 찾은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HQ) 신사옥의 경사로 모습. 2026.09.30 ⓒ 뉴스1 한병찬 기자
신사옥 바로 옆 '통합데이터센터'…철통 보안 유지

청라 HQ 바로 옆에는 '통합데이터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도보로 6~7분 정도로 가깝다.

2017년 문을 연 데이터센터는 하나은행을 비롯해 증권·카드 등 그룹 관계사의 IT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약 1800명의 IT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배터리실이 눈에 들어왔다. 정전이 발생했을 때 비상발전기가 가동되기 전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들어 있는 공간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리튬 배터리는 한번 불이 붙으면 끄기 어렵다"며 "배터리실을 두 구역으로 나눠 한쪽에서화재가 발생해도 다른 쪽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침수에 대비한 설비도 갖췄다. 전기실은 지상 2층에 배치했고, 열감지 센서와 방염 처리 배관도 곳곳에 설치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기실은 지하에 위치하지만 침수나 화재 등 재해에 대비해 지상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태스크포스를 꾸린 지는 약 7개월 됐으며 구축까지는 약 2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주 전 직원과 계열사 일부 직원들은 지난 14일 청라 HQ로 첫 출근했다. 하나은행·하나증권·하나카드 등 10개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청라로 자리를 옮긴다. 법적 본점 소재지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은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금융지주 본점이 서울 밖에 자리 잡는 첫 사례가 된다.

30일 찾은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의 모습. 2026.09.30 ⓒ 뉴스1 한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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