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차 내고 은행 가라고?"… 줄어든 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

은행 점포 5년 새 890곳 줄었는데…내년 4월부턴 9시반 영업 시작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2026.9.14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내년 4월부터 은행 영업점이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연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단축되며 고령층이나 직장인 등 대면 창구 이용이 필요한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용자 측은 전날 총액임금 3.0% 인상과 영업시간 30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산별중앙교섭을 잠정 타결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내부 공지를 통해 "임금 3.0% 인상을 비롯해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기로 했다"며 "이는 건국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노사는 금융환경과 고객 이용 행태 변화를 반영하고 영업 전 충분한 업무 준비를 통해 고객서비스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충실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요일에는 '라스트콜'(고객마감제도)도 도입한다. 라스트콜은 영업 종료에 앞서 마감 업무를 준비하고 정해진 영업시간 안에 업무를 원활히 마무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오후 3시 30분부터 고객 접수를 일률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아니며 금요일 영업 종료 시간도 오후 4시로 유지된다. 제도 시행일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각 지부 노사가 정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많이 감소한 만큼 실제 고객이 체감하는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노조도 무빙뱅크와 스마트워크센터 등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다만 온라인·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은행 방문을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은행 가는데, 월차나 반차를 쓰고 가야 하느냐", "은행들 너무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금융'이 확산하며 은행 점포가 전국에서 감소해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은행 점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7개 은행의 지점(출장소 포함)은 총 5514개다.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지난 2020년 말 6404개 대비 890개 감소한 수치다.

은행 점포 감소로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대면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평소 친숙하게 거래했던 해당 은행이나 금융사들과의 접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업권과 함께 논의해 보겠다"며 "가령 우체국 플랫폼을 활용하든지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면 창구의 최소한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하기도 했다. 동일 건물 내 점포 간 통합처럼 소비자의 이동 거리가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반경 1㎞ 내 점포 통폐합도 사전영향평가 등 점포 폐쇄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은행 대리업'도 도입했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은행대리업 시범운영 상황을 점검해 2027년에는 은행대리업 운영지역을 인구감소 지역 중심으로 선정된 20개 우체국을 다른 지역으로 더욱 확대하고, 취급 상품도 개인 신용대출 중심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등 다른 대출상품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이번 잠정 합의안에는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 미사용 시 연 2일 한도 보상휴가 △'일·생활 균형 자율출근제' 신설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 초등학교 6학년까지 확대 △미스터리 쇼핑 경영평가 제외 △청년인턴 약 1만 명 채용 확대 등도 포함됐다. 국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는 노사 간 이견이 커서 합의안에서 제외됐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