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모으는 맛에 빠졌다"…적금 넘어 ETF·금까지 '소액 짠테크'

2030 공략한 '재미있는 저축'→4050 '생활형 짠테크'로 진화
삼성·LG 등과 '혜택형 파트너적금'…차곡차곡 모으면 '쿠폰'

챗gpt를 활용한 AI이미지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1년,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한 달' 만기 적금이 금융권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애초 짧은 호흡과 재미를 선호하는 2030 세대를 겨냥한 금융상품이었으나, 4050 중년층의 '생활형 짠테크'(짜다+재테크) 수단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적금을 넘어 상장지수펀드(ETF), 금 등 소액 투자 상품으로까지 '모으기 트렌드'가 진화하는 양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는 초단기 적금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재미와 성취감을 가미한 한 달 만기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 달 적금은 매일 소액을 저축하며 돈 모으는 습관을 기르도록 설계된 단기 상품으로, 최고 연 6%~10%대의 매력적인 금리를 제공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2023년 4월부터 적금 만기를 최소 1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초기 시장 확대를 이끈 것은 단연 젊은 층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춘식이' 캐릭터를 활용해 100원부터 3만 원까지 매일 소액으로 납입할 때마다 31층 건물을 한 층씩 오르는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1500만 좌를 돌파했다. 토스뱅크가 선보인 '키워봐요 31일 적금' 역시 매일 5000원씩 저금하며 다람쥐를 키우는 챌린지형 상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30만 좌를 넘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요 고객층의 무게중심이 4050 중년층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출시 초기 57%에 달했던 30대 이하 가입자 비중은 올해 8월 기준 35%로 줄어든 반면, 40대(30%)와 50대 이상(35%)이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케이뱅크의 '궁금한 적금' 역시 가입 고객의 60%가 4050세대였으며, 토스뱅크 한 달 적금 역시 40대 이상 비중이 46.6%로 절반에 육박했다.

2030에게 한 달 적금이 '재미있는 저축'이었다면, 4050에게는 '현실적인 생활형 재테크'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주식·가상자산 등 자산 시장의 변동성 확대 속에서, 원금 손실 리스크 없이 확실한 만기 성취감을 주는 초단기 저축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4050은 목돈만 굴린다'는 통념이 깨졌다"며 "이자의 절대적 액수보다는 매일 미션을 수행해 우대금리를 챙기고, 불필요한 일상 지출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지출 통제 효과'를 누리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목돈을 길게 묶어두는 부담이 없다는 점에 4050 직장인들이 적극 반응하고 있다"며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진 중년층이 출퇴근길 등 일정한 시간에 앱테크와 소액 저축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중장년층의 유입과 인기에 힘입어 한 달 적금은 다양한 기업과 연계한 '혜택형 파트너적금'으로 범위를 넓혔다. 금융에 이종 산업을 결합해 실속 있는 부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한 달 적금을 삼성전자, LG전자, G마켓 등과 협업하며 납입 회차에 따라 제휴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뮤직 페스티벌 'MMA2026'(멜론뮤직어워드)과 제휴해 완납 시 티켓 응모권을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케이뱅크 역시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손잡고 31회차 납입을 완료하면 1개월 구독권을 지급하는 등 혜택 범위를 지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초단기 적금의 흥행은 소액으로 부담 없이 자산을 모으는 '습관형 금융 트렌드'를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에서는 단순 적금을 넘어 투자 영역으로까지 '모으기'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으로, 자사의 시그니처인 '26주 적금' 구조를 투자 상품에 이식해 카카오페이증권과 연계한 '26주 ETF 모으기'와 실물 자산에 소액 투자하는 '26주 금 모으기'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였다. 소액을 꾸준히 모아 성취감을 얻는 단기 적금 방식이 주식과 원자재 등 자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