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황혼 재혼의 경제학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우리가 결혼을 선뜻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逆)선택과 도덕적 해이 문제다. 결혼 전에는 상대방의 정보 은폐로 잘못된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혼 이후에는 배우자가 집안일도 하지 않고, 돈도 벌어오지 않고, 육아에 적극적이지도 않게 변할 수 있다. 요즘은 게임에 몰입해 집안일을 아내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한 명이 배수진을 치고 '나 몰라라' 하면 통제하기 어렵다.
인생 후반에 새로운 삶의 동반자를 찾는 황혼 결혼(황혼의 결혼은 대부분 재혼이다) 역시 위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황혼의 재혼은 훨씬 복잡한 경제적 계약이다. 두 사람은 이미 상당한 재산과 부채, 연금 수급권, 자녀 관계, 건강 위험을 보유한 채 새로운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젊은 시기의 결혼이 함께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이라면, 황혼 재혼은 이미 형성된 자산과 앞으로 발생할 비용을 결합하고 분배하는 문제에 가깝다. 상대방의 재산, 부채, 건강, 자녀 관계, 소비 습관, 상속 의사, 간병 기대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최근에 황혼 재혼이 늘어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재혼 건수는 감소 추세지만 고령자 재혼은 급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재혼자는 632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5년(3741명)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전체 재혼 건수가 동 기간 34% 감소하는 가운에 일어난 일이라 특징적이다. 특히 고령 여성의 재혼이 10년간 2.4배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과거의 황혼 재혼이 주로 배우자를 잃은 남성이 다시 결혼하는 현상이었다면, 최근에는 고령 여성의 재혼도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황혼 재혼을 자산 관리 관점에서 냉정하게 정의하자면 두 개의 재무제표와 두 개의 가족 체계를 결합하는 거래다. 오랫동안 업력을 쌓은 두 회사의 합병과 유사하다. 신혼은 재무제표가 단순한 두 회사의 합병이라면 황혼 재혼은 재무제표가 복잡하고 주석이 여러 페이지에 달하는 회사 간의 합병이라 보면 된다. '남자+여자+각각의 자녀+손자녀+기존 재산+상속권'이 모두 관련돼 있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크며 한 번 계약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정보 비대칭 문제는 '상대방의 건강 상태와 실질적 경제력에 대한 정보 은폐'다. 결혼 중개 시장이나 사적 만남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중증 만성 질환을 숨기거나, 부채 규모를 축소하고 연금 수령액 등 고정 수입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결혼 전에는 잘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혼 재혼의 큰 위험은 자산보다 '부채의 결합'이다. 황혼 재혼을 검토할 때 사람들은 상대방이 가진 자산에 주목하지만, 은퇴 전략의 관점에서는 자산보다 부채와 미래 비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미래 비용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부채가 된다. 여기에는 네 가지 부채가 있다.
① 금융 부채: 주택담보대출, 사업상 채무, 보증채무, 세금 체납은 결혼 이후 공동생활의 현금흐름을 압박한다.
② 가족 부채: 자녀의 주거 마련, 손자녀 돌봄, 부모 간병, 이혼한 자녀에 대한 지원은 법적으로 명확한 부채가 아니더라도 실제로는 지속적인 현금 유출을 만든다.
③ 건강 부채: 만성질환과 장기 요양은 예측하기 어려운 비정기 지출이다. 특히 한쪽이 상대방을 정서적 동반자로만 생각하는 반면에 다른 한쪽은 미래의 간병인으로 기대할 수 있다. 자칫하면 결혼 계약이 돌봄 계약으로 변질될 수 있다.
④ 상속 부채: 배우자와 자녀 사이의 상속권, 주택의 귀속, 생존 배우자의 거주권, 재혼 배우자의 재산 기여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황혼 재혼은 지금 보유한 자산보다 앞으로의 지출과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자산은 비교적 투명하지만, 부채와 비용은 불투명하고 정보 비대칭적이며 불확실하다.
정보 비대칭 문제가 있다고 해서 상대방을 의심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해결책은 투명성의 제도화다. 신뢰를 감정에만 맡기지 않고 확인할 수 있는 절차로 바꾸는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고 미래의 비용에 대한 부담을 합의하고 재산 관리와 상속의 원칙을 문서화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검증할 수 있는 약속, 합의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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