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참호' 깼는데…이찬진, 귀국 후 첫 메시지는 또 '승계'
5대 금융 CEO 54명 연말 임기 만료…인선 작업 본격화 전 경고음
지배구조 개선안 국감 이후로…연말 CEO 인선에 개선 방향 반영 주문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첫 공식 메시지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승계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공교롭게도 출장 기간 KB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직 회장의 연임 대신 새 회장을 선택하는 '이변'을 연출한 직후다.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과 사외이사를 통한 '참호 구축'을 거듭 비판해 온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에 KB금융 이사회가 결과적으로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 원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신 또다시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부터 주문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은행장을 포함한 다수 금융지주 자회사 CEO의 경영승계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수립한 승계절차가 충분하지 않고, 정작 해당 자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의사결정 기록 등 승계 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라고도 주문했다.
이 원장의 메시지가 관심을 끈 것은 발언 시점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해외 투자설명회(IR) 일정을 소화했다. 이 원장이 해외에 머물던 지난 11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택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현 KB금융 회장이 사상 최대 실적과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나 KB금융 회추위는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겠다”며 변화와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이는 이 원장이 그동안 지적해 온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다시 현직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이른바 ‘참호 구축’의 고리를 이사회 스스로 끊어냈다는 평가다.
양 회장 취임 이후 현 회추위에 새로 합류한 사외이사가 4명에 달하는데도 연임이 무산됐다는 점도 이런 평가에 힘을 실었다. 회추위원 7명 가운데 최소 5명이 이재근 후보를 선택해야 했던 만큼 새로 합류한 사외이사 중 최소 2명도 이 후보 선정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귀국한 이 원장의 첫 메시지는 KB금융 이사회의 선택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또다시 ‘승계절차 개선’이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이번 KB금융 인선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회장의 연임을 막았다는 결과만 놓고 지배구조 개선 사례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차기 회장 선임이 전·현직 경영진 간 계파나 친소 관계의 교체에 그친 것은 아닌지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근 후보가 윤종규 전 회장 시절 KB국민은행장으로 발탁됐고, 현 회추위원 가운데 3명도 윤 전 회장 재임기에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을 ‘윤종규 체제의 복귀’로 해석하는 시선도 일부 존재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의 기준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작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전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안건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할 때 관련 논의는 이르면 10월 말 이후에나 재개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제도 개선이 마무리되기 전 기존 모범관행에 따라 금융권의 경영승계 절차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에 맞춰 모범규준을 보완해야 하지만 아직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CEO 승계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지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는 총 54명이다.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5대 은행장 인선도 예정돼 있어 주요 금융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이 이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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