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대출여력 풀면서 집단대출은 '총량 족쇄' 푼다…"적극 공급"

잔금·중도금 등 집단대출은 총량 구애 없이 공급 주문
은행권 '추가 페널티' 우려…총량 확정 전 꺼리는 분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9 ⓒ 뉴스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한병찬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1.5%에서 3.0%로 두 배 확대하면서 추가로 생긴 약 30조원의 대출 여력을 금융회사별로 재배분한다. 기존 총량 목표 준수 여부와 대출 여력 등이 금융회사마다 다른 만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한도 역시 차등화할 방침이다.

다만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별 총량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최근 총량 규제에 막혀 신축 아파트 입주자들이 대출 가능한 은행을 찾아다니는 '선착순·오픈런' 사태가 벌어진 만큼, 적어도 실수요 성격이 강한 집단대출은 개별 금융회사의 총량 한도를 이유로 공급을 제한하지 말라는 취지다.

1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 금융회사들을 소집해 새로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부여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시작한다. 가급적 이달 중 금융회사별 새로운 목표치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로는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3.0%에는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집단대출, 정책모기지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관리 대상 자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추가로 확보된 약 30조원의 여력을 개별 금융회사에 어떻게 나눠줄지다.

올해 1~7월 기존에 부여받은 총량 목표를 이미 넘어선 금융회사가 있는 반면 목표치를 준수하거나 아직 여유가 있는 곳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금융회사별로 추가 총량 목표를 차등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추가 한도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국 "집단대출만큼은 '총량 눈치' 보지 말고 공급하라"

다만 금융당국은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다른 대출과 달리 금융회사별 총량 목표에 얽매이지 않도록 별도로 관리한다는 방향을 정했다.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은 새롭게 부여받는 금융회사별 총량 목표 안에서 관리해야 하지만, 집단대출은 개별 금융회사가 총량 한도를 소진할 것을 우려해 공급을 줄이지 않도록 관리 과정에서 별도로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신축 아파트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벌어진 '잔금대출 대란'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기존 1.5% 총량 규제 아래 일부 은행이 연간 목표치를 빠르게 소진하면서 신규 집단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단지별 한도를 제한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은 대출 물량이 풀리는 은행을 찾아다니거나 선착순으로 대출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3.0%로 높이는 동시에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별 총량 관리의 족쇄까지 사실상 풀어 실수요자에게 대출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쉽게 말해 금융회사별로 추가 총량 목표가 얼마가 배정되든 집단대출만큼은 이를 이유로 공급을 주저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여러 은행이 집단대출을 비슷한 규모로 나눠 취급할 필요도 없다. 특정 은행에 집단대출 수요가 몰리더라도 금융당국이 이를 기계적으로 해당 은행의 총량 관리 실패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요 예측 가능한 집단대출…당국 "적극 공급하라"

금융당국이 집단대출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한 배경에는 수요 규모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약 7만1000가구다. 입주 물량에 따라 발생하는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 수요 역시 일정 범위에서 추산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금융회사가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더라도 금융권 전체로는 상향된 3.0% 증가율 안에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이 8·13 대책 이후 은행권에 집단대출을 즉각적으로 공급해 실수요자 불안을 해소해달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은행은 여전히 '반신반의'…"나중에 문제 삼는 것 아니냐"

다만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추가 30조원의 대출 여력을 금융회사별로 배분하면서 기존 총량 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추가 한도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해 개별 총량 목표를 넘어선 뒤 향후 총량 관리 과정에서 이를 다시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구체적인 금융회사별 총량 목표와 집단대출 관리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대규모 공급에 나서기보다는 다음 주부터 시작될 금융당국과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별 금융사마다 별도 총량치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집단대출을 공급할 경우 향후 눈치를 받을 수 있다"라며 "집단대출을 총량 증가율 목표치에서 제외하더라도 개별 금융사마다 부여된 총량 목표치 자체를 신경 쓰지 않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