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황혼이혼 고민? 제3의 선택지도 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이 나이에 무슨 이혼인가!'

60세가 넘은 부부가 이혼을 고민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젊을 때라면 새출발을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자녀도 성장했고 재산도 함께 쌓았으며 남은 삶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냥 참고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길어진 오늘날 60세는 앞으로 20~30년을 더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지금까지 얼마나 함께 살았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결혼은 공동생산의 조직이며, 공동생활의 편익과 비용이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젊을 때 결혼의 편익은 크다. 자녀 양육이라는 공동 프로젝트가 있고, 주거비와 생활비를 공유하며, 서로의 노동을 분담한다. 자녀가 성장하기 전의 부부에게는 자녀 양육이라는 강력한 공동 목표가 있다. 하지만 60세 이후에는 상황이 바뀐다. 자녀는 독립하고, 직장에서는 은퇴하며, 주택과 금융자산도 어느 정도 축적돼 있다. 결혼이 제공하던 경제적 편익이 감소한다.

반면 결혼생활의 갈등 비용은 은퇴 후에 커질 수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부부가 하루 대부분을 서로 다른 공간에서 보낸다. 그러나 은퇴하면 하루 24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직장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면서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갈등이 드러난다. 자녀가 독립해서 떠나고 부부가 24시간을 같은 공간에 있게 되면 갈등은 확대된다. 일본에서는 남편 은퇴 후에 주부들이 우울증, 고혈압 등을 겪는 은퇴 남편 증후군이 있다고 할 정도다.

은퇴 후 결혼생활의 편익은 줄어들고 갈등 비용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결혼 생활을 파기하는 데 따른 비용이 크지 않은 환경이 됐다. 과거에는 이혼의 경제적 비용이 매우 컸다. 특히 여성은 경제활동 기회가 제한돼 있었고, 사회적 낙인도 컸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했고,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이 축적됐으며, 주택과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도 많아졌다. 물론 성별 경제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보다 배우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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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황혼이혼에는 잠재한 두 비용이 있다. 자산과 소득이 충분하지 못한 부부는 결혼생활이 불행해도 이혼하지 못할 수 있다. 두 가구로 나뉘면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살 때 5억 원의 자산과 월 500만 원의 소득으로 생활했다고 하자. 이혼 후 각자가 자산과 소득의 절반을 갖는다고 해서 이전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은 두 채가 필요하고, 관리비와 공과금도 두 번 발생한다. 자동차와 가구, 보험, 의료비도 각각 부담해야 한다. 과거 한 가구가 누리던 규모의 경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나이 들어 자녀가 독립한 후 의료와 돌봄에서 혼인의 편익이 커질 수 있다. 외로움과 고립을 줄이는 사회적 관계망도 유지된다. 필자의 지인들은 아내와 같이 있었던 것 때문에 목숨을 구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필자의 친구는 아내가 자녀가 있는 캐나다에 오래 가 있었는데 본인은 집에서 저녁에 TV 보고 동료들과 술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TV랑 대화를 하고 있는 걸 깨닫고 자신이 이러다가 미치게 되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고 한다. 아내가 돌아오면서 이런 증상은 없어졌다.

결국 결혼 유지 비용과 이혼 비용 중 어느 쪽이 앞으로의 삶에서 더 큰지를 질문해야 한다. 이 계산이 쉽지 않다. 합리적인 선택은 이혼과 결혼 유지 중 하나가 아니다. 노년의 부부에게 제3의 선택지도 있다. 바로 생활의 분리다. 법적으로는 결혼을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방을 사용하고, 금융을 일부 분리하며, 취미와 인간관계를 따로 유지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일정 기간 별거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졸혼(卒婚)이라 부르기도 한다. 혼인 관계를 졸업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단순한 타협이 아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선택권을 보존하는 전략이다.

이혼은 비가역적인 결정에 가깝다. 한번 재산을 나누고 주거를 분리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반면 졸혼은 일정 기간 혼자 살아보면서 실제 비용과 편익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혼자 살아보니 정말 행복한가?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 배우자가 그리운 것인가, 아니면 단지 익숙한 생활이 그리운 것인가? 건강이 악화했을 때 혼자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러한 정보를 얻은 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비가역적 결정을 늦추고 선택권을 보존하는 것이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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