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씨 말랐다" 성토인데…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9조 막히나
李 "전세대출, 집값 폭등 주원인"…비거주 1주택 규제 수순
금융위 '투기 목적' 핀셋 규제…"재경부와 예외 기준 다를 수도"
- 전준우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도엽 기자 =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이 강화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금융당국이 내놓을 전세대출 규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수도권 아파트 보유자의 전세대출 약 9조 원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비공개회의에 돌입했다. 지난 3일 7시간 반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의 이후 나흘 만에 열리는 후속 회의로,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급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한편, 부동산 금융 정책에 대한 최종 점검도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 정책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전세대출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며 규제 강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책인 동시에 집값 폭등의 주원인이 되는 만큼 이제는 조정할 때"라며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 다른 곳에 전세를 얻는 것에 굳이 대출까지 해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올 3월부터 비거주 1주택 규제를 준비해 왔으나, '투기 목적'을 판가름할 기준 마련이 최대 관건이었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비거주 1주택 예외 조건을 명시함에 따라, 대출 규제에도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재경부가 밝힌 예외 인정 기준은 '1년 이상 거주한 주택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타 시·군으로 주거를 이전할 경우'다. 최장 3년까지 비거주 기간을 거주로 인정해 주며, 세부 사유로는 △취학 △전근 등 근무상 형편 △1년 이상 요양 △학교폭력 전학 △해외 체류 △60세 이상 직계존속 봉양 등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당초 투기 목적 차주만 2년 단위의 전세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9월 이후 2억 원으로 제한했던 1주택자 전세대출 신규 보증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제는 재경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같은 시·군' 내 이동은 예외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울 강북 거주자가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 전세를 얻으려 해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해 대출이 막히게 된다. 이에 따라 '주거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 수 있어 금융위는 최대한 예외 조건을 광범위하게 설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 예외 기준이 재경부와 꼭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며 "최대한 피해없이 광범위하게 (예외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1주택자의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총 13조 2000억 원(8만 900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한 차주의 전세대출은 9조 2000억 원(6만 건) 규모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한도 축소나 연장 중단을 넘어 전세대출 문턱 자체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현행 80%(비수도권 90%)인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보증 비율이 떨어지면 은행이 안아야 할 손실 위험이 커져 실질적인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세제 강화에 이어 대출 규제까지 겹칠 경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우려한다.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1억 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은 버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는 세금·이자 부담의 세입자 전가와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 연구원은 "부동산 정책 기조가 임대인에게 큰 압박이 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 결국 임대인의 자금력에 따라 실거주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임대 물량은 줄고 임차 수요는 늘어나 전월세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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