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제도권 금융'을 이탈하였습니다

 전준우 금융부 차장
전준우 금융부 차장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정부가 가계대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향한 열망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양상이다.

현재 서울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1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수십 년을 꼬박 모아야 겨우 손에 쥐어볼 수 있는 거금이다.

대출 문턱이 높게 걸어 잠겼음에도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 배경에는, 제도권 금융을 비껴간 '사금융(私金融) 시장의 확장'이 자리하고 있다.

굴지의 대기업 임직원들은 사내 대출을 통해 1%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시장 한편에서는 아는 사람들만 암암리에 쓰던 '매도인 대출'이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으로 부상했다. 은행 대출 한도가 막히자, 집주인이 매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잔금 일부를 빌려주는 형태다.

과거 일부 특수 거래에나 쓰이던 이 방식은, 최근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 소식이 알려진 이후 부동산 매물 광고 전면에 등장하는 등 마치 '검증된' 자금 조달 기술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 밖으로 뻗어나가는 사적 거래를 바라보는 우려는 절대 가볍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3%로 여전히 주요국(OECD 평균 60%대) 대비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들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대출 총량 관리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문제는 제도권 밖 사적 금융 영역이 커질수록 정책당국의 통제력과 관리 역량은 약화한다는 점이다. 이는 가계부채 실제 총량 파악에 착시를 일으키고, 연체율 및 부실 관리라는 국가 금융 방역망에 치명적인 구멍을 뚫을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 시선 역시 냉담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왜 규제 우회용 사금융이 제도권 대출을 대체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은 한국 금융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사인 간 거래이며 대출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당국의 원론적 입장으로 치부하기엔 사안의 여파가 간단치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내세우며 역대급 대출규제를 잇따라 내놓았다. 대출 규제는 부동산 정책의 진통제일 뿐인데, 만병통치약인 것마냥 전방위로 틀어막았다.

부동산 공급과 세제 등 후속 처방은 지연된 채 진통제만 장기간 복용한 데 따른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매맷값과 동시에 전·월세가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 속 서민들의 한숨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억눌린 내 집 마련 열망이 규제의 틈새를 타 '변칙 사금융'으로 분출되는 현상을 방치한다면, 대출 규제의 본래 취지는 더욱 무색해질 것이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