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예금족 '불장' 진입했다가 7월 급락장에 패닉…"일단 버틴다"
은행 ETF 판매액 급증…5월 판매액, 연말보다 8.8배 늘어
급락장에 최대 40% 손실…일단 버티고, 추가 매수 신중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상반기 증시 열풍에 '포모(FOMO)' 심리가 작용하며 주식 시장에 진입했던 보수적 자산가들이 최근 폭락장으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최대 40%에 달하는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은행 창구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산가 대다수는 '손절' 대신 '관망'을 택하는 분위기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개 주요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SC)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ETF 판매액은 총 64조 원(103만 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 5월 판매액은 10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1조 2000억 원)과 비교해 8.8배나 급증했다.
평생 예금과 부동산만 고집하던 안정형 자산가들조차 상반기 증시 호황에 '포모(FOMO·소외될까 두려운 심리)'를 느끼며 대거 주식 시장으로 이동한 결과다.
하지만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6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1만피' 기대감을 키웠으나, 7월 들어 급격한 하락장으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7월 월간 수익률은 -22.19%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월간 낙폭이다.
지난달 31일 코스피가 18% 가까이 폭등했으나, 불과 이틀 뒤인 2일에는 다시 5%대 급락을 기록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보수적 자산가일수록 하락 타격이 커 상당한 충격과 공포감을 호소한다.
시중은행의 한 PB 전문가는 "예금 성향의 자산가들은 끝까지 버티다 막판에 합류하다 보니 손실률이 최대 40%에 달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손실을 확정하기보다는 최대한 버티는 상황이라, 손실 허용 한도와 비중 축소 여부 등을 두고 계속 소통하며 관리 중"이라고 전했다.
김성희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을 줄이려 하이브리드 연금을 선호해 왔으나,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6월까지 주식 비중을 계속 늘렸다"라며 "7월 들어 대부분 손실 구간에 진입하며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반도체 기업 등의 실적이 여전히 견고해 대다수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매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전문위원은 "하락장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저점 매수에 나서는 고객은 많지 않다"며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은행 ETF나 펀드 대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단일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 아예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의 매도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오지영 KB GOLD&WISE 더 퍼스트 압구정센터 부센터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주식이나 채권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렸던 고액 자산가들이 이번 급락장에 큰 손실을 봤다"면서도 "지금 매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비이성적 매도세가 지나고 시장 방향성이 잡힐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송정화 하나은행 Gold PB부장 역시 "급락으로 인한 공포감은 크지만 반도체나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은행을 거래하는 자산가들은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상승 국면에서 일부 이익을 실현해왔고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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