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주거 사다리' vs '집값 상승'… 李 "보호 정책 과도" 축소 예고

李 "전세대출 집값 폭등 주원인, 이제는 조정할 때"
확실해진 규제 강화…"고가주택·투자 목적 제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7.23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또다시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며 규제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보증과 대출 지원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인식이다.

시장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과 보증비율 축소,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 규제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급격한 규제는 가뜩이나 심각해지고 있는 '전세의 월세화'를 앞당겨 청년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대출 집값 폭등 주원인 재강조…"이제는 조정할 때"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전세대출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 정책이라는 측면이 있는 동시에 집값 폭등의 주원인이 되는데 이제는 조정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세대출에 대해 강한 규제를 예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엑스(X·구 트위터)에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해 돈 벌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의욕을 잃는다"고 지적했고,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선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전세 제도는 사실상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유례없는 제도다. 매매 자금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 등에겐 전세 제도는 매매로 가기 전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전세가가 매매가 상승을 부추기는 문제의식도 존재한다.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발언을 종합하면 주거 사다리로서의 순기능보다는 전세대출을 활용한 투기 수요가 더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 전세 자체가 단순한 임대차 계약이 아닌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집값을 더 밀어 올린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집값 100%의 전세를 얻는 경우에도 100% 보증을 해주거나 대출을 해주니 사기가 생기는 것"이라며 "원래는 집값이 한 60~70%가 전셋값이고 전세 보증금의 70~80% 정도만 보증을 해줬어야 했는데 집값만큼 다 해줬다. 그러니 사기꾼이 생겨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세 제도로 인해 청년·신혼부부 등이 더욱 빈곤해진다는 의식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해 전세대출이란 '보호 장치'가 역으로 주거 사다리를 끊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 정책이라는 측면이 있는 동시에 집값 폭등의 주원인이 되는데 이제는 조정을 할 때가 된 것 같다"라며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게 된 것은 (전세대출이) 편리한 것도 있지만 보호 정책이 너무 과중해서 오른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청년 표심'을 일부 잃더라도 부동산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설령 규제를 강화해 표심을 잃더라도 지금 조정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는 확신이다.

이 대통령은 "어느 세대에 누가 당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 사실 예약되고 있다. 계속 커지고 있지 않나"라며 "잘 지나갈 가능성도 뭐 없지는 않지만 터질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터지면 치명적이다.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대비는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확실해진 전세대출 규제 강화…전세대출 DSR 꺼내 드나

시장의 관심은 확실해진 '전세대출 규제'가 어디까지 강화될 것이냐다.

당장 언급되는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중단, 전세대출 DSR 적용, 보증비율 강화(수도권 80%, 비수도권 90%) 등이다. 이중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중단, 보증비율 강화 등은 다음 부동산 대책에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비거주 1주택의 경우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7대책을 통해 보증기관별로 다른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일괄 조정했는데, 이를 더 강화해 아예 중단하는 방향이다.

보증비율을 낮출 경우 은행 입장에선 손실 위험이 커져 사실상 전세대출을 더 받기 어려워진다. 단 금융당국은 무주택청년·취약계층의 경우 현 보증비율을 유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오랜 고민 중인 전세대출 DSR도 적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단 시장 충격을 고려해 무주택자를 제외한 DSR 적용 확대가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현재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1주택자에 한해 '이자상환분'만 DSR에 반영 중이다. 이를 1주택자에 한해 전세금 전체를 DSR에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외에도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대출은 일부 축소하거나 선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라며 "고가 전세의 경우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세대출이 보편화된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 요건을 보다 엄격히 선별·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괄 제한이 아닌 단계적 축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세대출의 경우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완화를 위해 도입됐으나 전세사기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이 있지만, 보편화된 현실적인 환경을 감안하면 실수요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점진적인 감축 방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대출은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라며 "충분한 대체 제도 없이 급격히 축소하면 세입자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월세 전환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고가주택이나 투자 목적은 제한하고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지원을 유지하는 차등적 접근이 시장 안정과 주거 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방향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