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신용대출 증가세…"고점 물린 개미들, 상환 여유도 없어"
신용대출 1억·마통 5000만원 한도에도…"더 늦기 전에 받자"
5대 은행 마통 44조 돌파…주가 급락에 돈줄 묶여 강제 장투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마통) 한도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추가 규제가 나오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확산한 데다, 증시 급락으로 투자 손실을 본 차주들의 대출 상환이 지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6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 15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43조 2812억 원)보다 보름 만에 8772억 원 늘며 처음으로 44조 원을 넘어섰다.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108조 6704억 원에서 110조 468억 원으로 1조 3764억 원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증가 폭도 지난달(2조 1550억 원)에 근접하거나 이를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주요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줄인 이후에도 나타난 결과다. 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1억 원으로 제한했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농협은행도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연소득의 50% 이내로 제한하는 등 자체 규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은 신규 수요와 기존 대출 잔액이 동시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생활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공모주 청약과 주식 투자에 활용하려는 이른바 '빚투' 수요도 여전하다. 실제 오는 24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에이치엘지노믹스 일반청약에는 약 4조 6000억 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시장의 유동성 수요를 보여줬다.
기존 대출이 쉽게 줄지 않는 점도 잔액 증가의 원인이다. 상반기 코스피 상승 기대 속에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했던 개인들이 최근 증시 급락으로 손실을 보면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강제 장기 투자'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늘면서 대출 잔액 감소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면서 신용대출까지 추가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받을 수 있을 때 미리 받아두자"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규제 이전에 한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고 한도는 줄었지만 신규 대출 수요 자체가 꾸준한 데다 증시 부진으로 기존 차주들의 상환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용대출 잔액이 쉽게 줄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한도까지 받아두자'는 인식이 특히 고소득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 차주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 5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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