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인생에도 '베타(β)'가 있다…3가지 관계망의 법칙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주식시장의 '베타'(β)라는 개념은 인간관계의 온도와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베타는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개별 자산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베타가 1보다 큰 주식은 코스피 지수가 1% 오르면 1% 이상 가격이 오른다. 이를 인간관계에 대입하면, 타인의 삶의 흐름(성공과 실패, 상승과 하강)에 얼마나 동조하는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금융의 보험', 미히르 데사이 지음, 부키).

먼저 고(高)베타 관계를 보자. 고베타 자산은 시장이 오를 때 더 크게 오르고 시장이 내릴 때 더 크게 하락한다. 인간관계로 치환하면, 내가 잘 나갈 때 빠르게 다가오고 내가 흔들릴 때는 더 빠르게 멀어지는 유형이다. 예컨대 사업이 성장하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 갑자기 연락이 늘어나는 지인들, 성과가 좋을 때는 협업과 친분을 강조하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조용히 거리를 두는 파트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기회에 민감하고 상승 추세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이들의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만 하강 국면에서는 리스크로 전환된다.

다음은 저(低)베타 관계다. 저베타 자산은 시장의 변동성에 덜 흔들린다. 인간관계에서는 내 상태가 어떻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직장 동료 중에서도 성과와 무관하게 꾸준히 협력하는 사람, 오랜 친구로서 내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연락하는 사람, 가족 중에서도 현실적인 조언과 지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구성원이 이에 해당한다. 이 관계는 급격한 상승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하락 국면에서 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유형이 존재한다. 바로 마이너스 베타 관계다. 금융에서 마이너스 베타 자산은 시장이 하락할 때 오히려 상승하는, 즉 역상관 구조를 가진다. 인간관계에서는 내가 무너질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고, 내가 약해질수록 더 강하게 지지해 주는 관계를 의미한다. 실패했을 때 비판보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 사회적 지위가 사라졌을 때 오히려 더 자주 찾아오는 친구,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조건 없이 시간을 내어주는 가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나의 하락을 흡수하고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 관계는 보완적으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베타 관계는 확장의 동력이다. 새로운 기회를 연결하고 외부 세계와의 접점을 넓힌다. 저베타 관계는 안정의 기반이다. 일관된 신뢰를 제공하며 삶의 구조를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마이너스 베타 관계는 위기의 보험으로, 시스템이 흔들릴 때 마지막으로 남아 리스크를 흡수한다.

실제 사례를 통해 보면 분명해진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 업계 인맥과 파트너십 제안이 급증한다. 이는 전형적인 고베타 관계다. 같은 창업자가 매출 정체를 겪고 구조조정을 고민할 때 묵묵히 남아 제품 개선을 함께 고민하는 초기 팀원은 저베타 관계다. 그리고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 개인적으로 큰 손실을 보았을 때 아무 조건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재기를 도와주는 오랜 친구나 가족은 마이너스 베타 관계에 해당한다.

특정 관계 유형을 도덕적으로 우열화할 필요는 없다. 고베타 관계를 '기회주의적'이라고 단정하면 현실의 네트워크 작동 원리를 놓치게 된다. 그들은 시장의 흐름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며, 실제로 성장의 많은 부분은 이들의 참여를 통해 발생한다. 저베타 관계 역시 '평범하다'고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들은 장기 생존의 핵심 인프라다. 마이너스 베타 관계는 가장 희귀하고 강력하지만 그만큼 형성되기까지 오랜 시간과 상호 축적된 신뢰가 필요하다.

결국 개인의 삶은 하나의 포트폴리오와 같다. 상승기에는 고베타 관계를 통해 레버리지를 얻고, 안정기에는 저베타 관계로 기반을 다지며, 위기에는 마이너스 베타 관계로 생존을 확보하고 재기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균형이다. 고베타 관계만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화려하지만 취약하고, 저베타 관계만으로는 안정적이지만 확장이 어렵다. 마이너스 베타 관계는 강력하지만, 수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관계를 선택할 때 단순한 친밀도나 도덕성보다 그것이 어떤 베타를 갖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베타의 존재인가, 누군가의 상승기에만 반응하는 고베타인가, 일관된 거리를 유지하는 저베타인가, 아니면 타인의 하락을 함께 견디는 마이너스 베타인가. 관계망은 단순히 주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재구성되는 동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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