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에 고삐 풀린 마통…은행권 상반기부터 '대출 셧다운'

주요 5대 은행 일제히 가계대출 문턱 높여
금리 상승에도 잔액 증가세…자율 규제 총동원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2026.6.8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한병찬 기자 = 통상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던 은행권이 올해는 상반기부터 사실상 '대출 셧다운'에 들어갔다.

증시 활황으로 주식 등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기존 부동산을 팔아 새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가 늘면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올해부터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까지 직접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은 자율 규제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여기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까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담대 빗장 높인 은행권…자율 규제 강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조건은 제각각이지만 연초 대비 문턱은 모두 높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권고와 별개로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자율 규제를 실시하면서다.

우선 주담대의 경우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일시 중단한 은행이 국민·하나·농협은행 등 3곳이나 된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가 축소된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500만 원, 경기도의 경우 4800만 원 정도 한도가 축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아타기 수요 또한 줄이는 추세다. 국민·농협은행이 타행으로부터 넘어오는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통상 갈아타기 접수를 중단하면 타행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데, 추후 다른 은행 또한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접수도 속속 중단 중이다. 이미 농협은행이 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고, IBK기업은행도 지난 25일부터 대출모집법인을 통한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최근 모집법인에 부여하는 한도를 축소하는 은행도 나오고 있어 추후 은행을 통한 대면·비대면 접수도 일별로 세세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빚투 수요 폭발…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강화

증시 활황 속 빚투 수요가 폭발하며 신용대출 잔액 또한 폭증하고 있다.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도 꼽힌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문턱 또한 높이는 추세다. 지난해 6.27 부동산 대출 규제로 신용대출은 '연 소득 이내'에서만 받을 수 있는데, 이와 별개로,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자율 규제를 추가 실시 중이다.

우선 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한도를 '1억 원'으로 제한했다. 기존 연 소득 이내보다 더 강화한 것으로 고액 연봉자에 대한 한도를 감액한 효과가 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국민·우리은행의 경우 5000만 원으로 제한한다.

농협은행은 연 소득 50% 이내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하며 타행보다 더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별도 제한을 두진 않았으나 3000만 원을 초과한 미사용 한도를 최대 20% 감액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또한 미사용 한도에 대한 감액을 실시 중이다.

통상 기존 만기 연장 시점에 한도 미사용 계좌를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감액하고 있었으나 상품 특성에 따라 일부 예외를 허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예외 허용 조항을 금지하고 규정에 따른 한도 감액 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도 일제히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낮췄다.

토스뱅크는 기존 3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신규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기존 1억 5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카카오뱅크도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를 기존 2억 4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고, 7월부턴 최근 6개월 내 한도 사용률이 20% 이하이면서 약정 5000만 원 이상인 계좌는 연장 시 최대 20% 범위에서 감액한다.

케이뱅크는 7월 31일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한도 역시 축소하기로 했다.

은행권 마이너스통장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가계대출 잔액은 여전히 증가 추세다.

5대 은행의 지난 2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74조 49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770조 8229억 원 대비 3조 6735억 원 증가한 규모다.

주로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 7272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2조 2118억원 늘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41조 4482억원에서 43조 3364억원으로 1조 8882억원 늘며 신용대출 잔액 증가세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조 104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담대 잔액은 614조 4922억 원이다. 최근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건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 또한 상승 추세임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주담대 금리는 4.42~7.26%로 상단은 7%를 훌쩍 넘어섰다. 주력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4.51~6.14%로 상단이 6%를 넘었다.

금융당국, 가계부채 비상 관리체계 매주 가동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 추세가 안정될 때까지 '가계부채 비상 관리체계'를 가동 중이다. 최근 잔액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본 영향이다.

증시 조정 시 레버리지를 활용한 빚투 수요는 손실로 돌아서는 만큼 특히 신용대출 위주로 예의주시 중이다.

첫 회의에선 인터넷은행 3사, 지방은행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와 신협중앙회를 불러 가계대출 관리계획 이행 현황을 점검했다. 신용대출 관리 강화 대책도 함께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인터넷전문은행·상호금융뿐만 아니라 보험사 등 전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 점검이 이어지고 있다. 예·적금 이탈뿐만 아니라 보험을 해지할 때 받은 해약금을 담보로 받는 보험계약대출도 늘어나는 등 전방위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세밀한 관리까지 더해지며 하반기 대출은 사실상 셧다운 수순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달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세제와 금융, 공급 등을 총망라한 대책을 발표하기로 하며 추가 대책 또한 나온다.

금융 규제의 경우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에 대한 규제 등을 준비 중으로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의 후속 대책 성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규 수요는 차고 넘치지만 타행 상황 등을 체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풍선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반기에도 규제가 더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