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68조 vs '팔천피' 131조…달라진 돈의 흐름[新머니무브]②
투자예탁금 5년 만에 두배…'저금리' 아닌 '실적' 기반 머니무브
기업 예금성 자금 960조 달해…"기업들 업황 호조로 현금 쌓여"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코스피 8000 시대가 열리면서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13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동학개미 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다만 자금 이동의 양상은 다르다. 2021년이 저금리와 유동성이 이끈 개인 중심의 머니무브였다면 지금은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기업과 개인의 현금이 증시와 은행으로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31조 58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동학개미 운동 열풍이 불었던 2021년 1월 말 기준준 투자자예탁금 68조 171억 원과 비교하면 93.2%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시기 자금 이동은 초저금리가 이끌었다.
당시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낮아지자 예·적금 금리 매력이 떨어졌고 은행에 돈을 맡겨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반면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은 급등세를 보였다. 투자로 큰 이익을 거뒀다는 사례가 잇따르며 개인들은 은행 예금을 해지해 투자시장으로 향했다. 2021년에는 5대 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이 급감하며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머니무브는 실적이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지면서 기업 이익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에 주목하며 자금을 증시로 옮기고 있다.
이번 머니무브의 가장 큰 특징은 증시 자금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은행 자금이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이 5대 은행에 맡긴 단기성 자금(요구불예금·MMDA·정기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960조 39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35조 5783억 원 늘어난 수치다.
특히 기업의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387조 2624억 원으로 한달 만에 27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당시와 대비된다. 당시에는 증시로 이동한 자금만큼 은행 예금이 감소하는 전형적인 머니무브가 나타났지만 지금은 투자자예탁금과 은행 수신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AI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업황 호조에 힘입어 현금을 축적하고 개인 역시 증시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금융시장 전체의 유동성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자금 이동을 코로나19와는 달리 '성장 기반의 머니무브'로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저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풀린 자금이 투자시장으로 이동했다면 현재는 반도체·AI·조선·방산 등 주요 산업의 호실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조선·방산·전력기기 업종의 경우 업황 호조로 현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으며 장기 계약에 따른 선수금과 영업활동 현금흐름 개선도 대기성 자금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업 자금은 개인 자금처럼 증시로 바로 이동하기보다 투자 재원 성격이 강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는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 들어간 측면이 강했다"며 "지금은 기업과 개인이 실제로 돈을 벌어 축적한 자금이 늘어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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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스피 8000 시대가 열렸다.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증시 활황을 넘어선다. 코로나19 시기 머니무브가 초저금리와 유동성이 이끈 '예금 탈출'이었다면, 이번 머니무브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이 만든 새로운 자금 이동이다. 개인은 레버리지까지 활용해 증시에 베팅하고, 기업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고 있다. 증권사는 기록적인 실적을 내며 은행 중심 금융산업의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돈의 흐름은 시대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 뉴스1은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머니무브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3편에 걸쳐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