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순익 1조 시대…은행 흔드는 자본시장의 역습[新머니무브]③

증시 활황, 시중자금 자본시장으로 블랙홀
몸집 커진 미래에셋·한투…금융지주 은행-증권 '락인' 사활

편집자주 ...코스피 8000 시대가 열렸다.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증시 활황을 넘어선다. 코로나19 시기 머니무브가 초저금리와 유동성이 이끈 '예금 탈출'이었다면, 이번 머니무브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이 만든 새로운 자금 이동이다. 개인은 레버리지까지 활용해 증시에 베팅하고, 기업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고 있다. 증권사는 기록적인 실적을 내며 은행 중심 금융산업의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돈의 흐름은 시대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 뉴스1은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머니무브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3편에 걸쳐 진단한다.

코스피 지수가 8800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2026.6.2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한병찬 기자 =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낸 돈의 흐름은 금융산업의 권력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과거 은행중심이었던 금융시장의 무게추가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지주들도 대응에 나섰다.

증권사의 비약적인 성장세에 전통적인 은행 중심 금융지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우려했던 '은행 예금 이탈'은 피했으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던 자금을 비롯한 시중 유동성이 대거 증시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은 증시 팽창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지주 내 은행과 증권의 문턱을 낮춰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19억 원으로,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한 1조 37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금융지주(6038억 원)와 NH농협금융(8688억 원)의 순이익을 넘어선 것은 물론, 하나금융지주(1조 2100억 원)까지 바짝 추격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역시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9149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전업 증권사의 기록적인 성장에 전통 금융지주들은 비상이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역발상 기류가 짙다.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진 만큼, 지주 내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동반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으나 은행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과거 팬데믹 시기에는 저금리와 정책 대출이 유동성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임금 상승과 반도체·AI 중심의 기업 실적 호조로 금융시장 전체의 유동성 체급(스케일) 자체가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은행 PB센터의 전문가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지수연동예금(ELD),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형 상품군을 촘촘히 보강하고 있다. 시중은행장이 직접 ETF 열공에 나설 정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산가들의 투자 수요를 충족하려면 은행도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수 있는 전문가를 갖춰야 한다"며 "은행과 증권을 묶은 복합점포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핵심은 그룹 내 '종합 자산관리'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을 가두는 '락인(Lock-in)' 전략이다. 증권 계좌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은행 통장에서 곧바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계좌'가 대표적인 무기다.

KB국민은행은 KB증권과 연계한 'KB able 플러스 통장'의 마케팅을 강화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하나금융도 하나증권과 연계해 해외주식전용 통장, '모두 다 하나통장', '트래블로그 외화통장' 등 은행 계좌에서 국내외 주식 투자가 모두 가능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신한금융은 은행·카드·증권·보험을 아우르는 '슈퍼앱'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은행이나 보험 업무 등을 위해 앱을 접속한 고객이 자연스럽게 증권 투자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해 확장된 고객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초 증권사 인수를 마무리한 우리금융 역시 협업 체계 가속화에 나섰다. 지난 1월 여의도에 1호 복합점포를 선보인 데 이어 주요 거점에 WM 복합점포를 확대, 은행 예금과 증권 상품을 아우르는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