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영끌로 "삼전닉스 사자"…한도소진율 42%대로 '쑥'[新머니무브]①
마통 한도소진율 코로나19 수준…과거 신용한도 최대한 활용
주식 시장 활황에 '빚투' 수요 몰려…신용대출 급증
- 김도엽 기자,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한병찬 기자 = # 30대 직장인 A 씨는 비상금 용도로 2017년 개설한 3000만 원대 마이너스통장을 매년 연장 중이다. 2021년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액을 일부 활용해 부동산 투자에 활용했는데, 전액 상환한 뒤 유지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한도 내에서 '삼전닉스'(삼성전자+하이닉스) 투자에 '올인'했다. 매달 나가는 이자 비용이 10만 원을 훌쩍 넘지만, 삼전닉스의 높은 수익률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마통 상환보다 마통 활용에 여념이 없다.
주식 시장 활황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 차원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해 놓았으나, 이전에 미리 한도를 열어뒀다가 해지하지 않은 차주를 중심으로 마이너스통장대출(가계한도대출) 활용률이 최근 들어 늘어난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 '한도약정액 대비 실제 인출액(한도소진율)'은 약 42.8%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동시에, 부동산·주식·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전례 없는 '빚투·영끌' 수요가 일었던 코로나19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한도소진율은 43.8%로, 지난 5월의 경우 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필요할 때 자유롭게 꺼내 쓰고 쓴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는 상품이다.
한도소진율은 최근 주식 시장 활황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선 이후 8000선까지 차례로 넘어서면서, '빚투' 수요가 늘은 영향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도소진율은 39.4%였으나, 9월 말 39.6%, 지난해 말 41.0%, 올해 3월 41.1%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통상 마이너스통장은 여유 자금이 생기면 곧바로 채워 넣어 이자 부담을 줄이지만 최근엔 대출을 상환하기보다는 삼전닉스 등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밀어 넣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최대 2배까지 한도를 열어둔 차주의 경우, 현재 주식 시장 상황상 한도를 쓰지 않더라도 굳이 계좌를 해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특이점은 마이너스통장 약정한도액 자체는 줄고 있지만, 잔액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로 마이너스통장 약정한도액에는 규제가 생겼으나, 과거 열어둔 마이너스통장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마이너스통장 약정한도액은 96조 3460억 원 수준이다. 지난 2025년 6월 98조 1801억 원에 이어 △2025년 9월 97조 3334억 원 △2025년 12월 96조 5860억 원 △2026년 3월 96조 3492억 원 등 꾸준히 감소세다.
반면 잔액 규모는 커졌다. 지난 2025년 9월 기준 38조 5531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39조 6790억 원, 지난 3월 말 기준 39조 6115억 원에 이어 지난달 말 기준으론 41조 1899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무관치 않다. 마이너스통장은 지난해 6.27 부동산 대출 규제로 '연 소득 이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며, 신용대출에 속하는 마이너스통장대출 역시 규제 대상에 오른 것이다.
다만 6.27 부동산 규제 이전에 최대한도로 계좌를 열어뒀을 경우, 이런 규제와 상관없이 한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연장 시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는 것이 아닌 종전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통상 마이너스통장은 계좌를 열어둔 후 1년 단위로,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현재처럼 '연 소득 이내'가 아닌 과거 연봉 대비 1.5~2배까지 한도를 열어뒀을 경우, 최장 10년간 더 큰 한도로 '빚투'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마이너스통장은 한동안 30조 원대 후반에서 정체 흐름을 보이다 지난해 11월 말 40조 원을 돌파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 여파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 5154억 원으로, 전달 대비 2조 1741억 원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때인 지난 2021년 4월(6조 8401억 원) 증가 이후 5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의 증가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3년 12월(106조 4851억 원) 이후 최대치다.
'빚투' 현상이 가속화·고착화하며 금융당국도 예의 주시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여유 자금이 생겨도 마이너스통장을 상환하지 않고 최대한 주식 투자금으로 묶어두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은행권의 예상 상환액 추산이 어려워진 만큼,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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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스피 8000 시대가 열렸다.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증시 활황을 넘어선다. 코로나19 시기 머니무브가 초저금리와 유동성이 이끈 '예금 탈출'이었다면, 이번 머니무브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이 만든 새로운 자금 이동이다. 개인은 레버리지까지 활용해 증시에 베팅하고, 기업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고 있다. 증권사는 기록적인 실적을 내며 은행 중심 금융산업의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돈의 흐름은 시대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 뉴스1은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머니무브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3편에 걸쳐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