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증시에 은행 ELD 투자자들 '멘붕'…10% 기대했는데 2% '털썩'

10%대 고수익 베팅했는데 증시 20% 넘게 올라 '낙아웃'
"이렇게 가파르게 오를 줄은"…중도해지하면 원금 손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최초로 8,000대를 기록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026.5.26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장중 코스피 8100선 돌파라는 역대급 강세장 속에서 오히려 한숨을 쉬는 투자자들이 있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은행 지수연동예금(ELD)에 가입한 투자자들이다. 증시가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고수익 기회는 날아가고, 일반 정기예금 수준인 2%대 이자만 받게 되는 '낙아웃(Knock-out)'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ELD를 판매하는 주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의 올해 ELD 판매액은 지난 22일 기준 3조 45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높은 수준의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다.

ELD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원금이 보장된다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고 1억 원까지 원리금이 보장되며, 주로 '코스피 200지수'의 변동에 따라 만기 수익률이 연동된다. 구조적으로는 고객 예치금을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이자 수익을 주식 등 위험자산에 베팅해 추가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으로 은행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되자, 은행들은 ELD와 ETF 상품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ELD 판매액은 7조 6000억 원으로 상반기(4조 3000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증시 불장'이 오히려 ELD 가입자들에게는 부메랑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가 급등하면서 '낙아웃 옵션'이 발동돼 연 2% 수준의 확정 이율만 받게 된 사례가 잇따른다.

낙아웃이란 가입 기간 중 지수가 한 번이라도 설정된 기준(통상 20~25% 상승)을 초과할 경우, 고수익 약정이 소멸되고 사전에 정해진 낮은 확정 금리만 지급하는 조건이다.

올해 출시한 주요 은행의 ELD 상품도 낙아웃'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0월 코스피 4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올해 1월 5000포인트, 이달 6일 7000포인트에 이어 26일 8000포인트까지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올해 판매한 ELD 1~3호 중 'KOSPI 200 상승낙아웃형(고수익추구형)'은 전량 낙아웃됐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내놓은 ELD 1~6호(18개 상품 라인업) 중 '보장강화 상승형'에 해당하는 8개 상품에서 낙아웃이 발생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최고 10%대 수익률을 기대했던 가입자들은 일찌감치 2%대 예금 이자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중도 해지도 쉽지 않다. 만기(6~12개월)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할 경우 약정 이자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중도해지 수수료 탓에 원금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가 7000선을 넘어 8100선까지 이렇게 빠른 시간에 직진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올해 출시된 고수익 추구형 ELD는 이미 낙아웃 요건에 충족해 최저 금리가 확정된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수신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ELD 카드를 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전날 'ELD 4호' 판매를 개시했고, NH농협은행도 'ELD 3호' 출격을 앞두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첫 ELD 상품을 내놓으며 수신 경쟁에 뛰어들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ETF 및 ELD 판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품 제조부터 판매, 사후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밀착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