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가입 못했다" 아우성인데…증권사 창구엔 700억 남았다

출시 첫날 87% 소진…증권사 오프라인, 은행 잔량의 11배
15개 증권사 영업점 수 398개 불…흥행했지만 추가 공급은 '신중'

2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2026.5.22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된 첫날 완판 조짐을 보이며 “가입하려 했는데 못했다”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정작 증권사 창구에는 700억 원 넘는 물량이 남아 있었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흥행 뒤에는 은행과 증권사의 극명한 ‘접근성 격차’가 숨어 있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판매를 시작한 국민참여성장펀드는 총 6000억 원 규모 가운데 87.1%인 5224억 원이 첫날 판매됐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완판’ 흥행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미판매 물량 상당수는 증권사 오프라인 창구에 집중됐다.

은행 10개 사 오프라인 잔량이 61억 6000만 원에 그친 반면 증권사 15개 사 오프라인 잔량은 712억 6000만 원에 달했다. 은행 잔량의 11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체 미판매 물량 777억 원 가운데 대부분이 증권사 몫으로 남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판매 채널 접근성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판매사들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가입 기회를 고려해 일부 물량을 오프라인으로 의무 배정했는데 증권사 지점 수가 은행에 비해 턱없이 적다 보니 물량이 그대로 남은 것이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점 수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3748개인 반면, 증권사 15개 사의 국내 지점·영업소는 이달 기준 398개에 불과하다. 약 9배 차이다. 증권사 창구 자체가 낯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던 셈이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앱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접하지 못한 고객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판매사에 따라 접근 기회에 차이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B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만 사전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오픈 10분 만에, KB증권도 20분 만에 온라인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나는 가입할 기회가 없습니까', '준비했는데 이번에 못 했어요' 같은 메시지가 왔다"며 "주식시장 활황을 보면서 배제됐던, 소외감을 느꼈던 분들이 기회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성장펀드 규모 문제도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참여성장펀드 6000억 원 규모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과거 뉴딜펀드가 1400억 원이었는데 4배 정도 규모로 6000억 원도 시장에서는 도전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다 소화가 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추가 공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필요하면 검토는 하겠지만 세제나 예산 협의를 다 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나흘 만에 20조 원 한도를 소진하자 즉각 추가 공급을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 협의와 별도 재정 확보가 선행돼야 하며 예비비 활용이나 추경 편성 없이 즉각적인 물량 확대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추후 운용사와 판매사를 불러 향후 운용 방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완판되면 당연히 운용사·판매사를 모아 회의를 해야 한다"며 "판매사와 공모펀드 운용사 의견을 들어보고 분석해 볼 것"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영업점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홍보물이 놓여져 있다. 2026.5.21 ⓒ 뉴스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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