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동發 위기에 비상체계 가동…5대 금융지주 '53조+α' 공급

금융 부문 비상대응 TF 가동…정책금융 4조 늘리고 민간 53조 신규자금 공급
이억원 위원장 "금융은 실물경제의 방파제…전 금융권 하나의 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영위기 소상공인·서민취약계층 선제적·복합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27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금융당국이 중동발(發) 위기 확산에 대응해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5대 금융지주 회장을 한자리에 소집하며 민관 합동 대응도 본격화했다. 당국이 이란 전쟁 이후 5대 금융지주 회장까지 소집하며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경제 펀더멘털을 지키기 위한 총력 대응의 출발점”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원팀’ 대응을 강조했고, 금융권은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53조 원+α’ 규모의 신규 자금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위원장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금융 부문 비상대응체계 가동을 위한 금융권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5대 금융지주(농협·신한·우리·하나·KB) 회장, 금융권 협회장이 참석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중동 전쟁이 4주 넘게 지속되면서 금융시장뿐 아니라 민생과 실물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충격이 확대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범정부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가동한 만큼 금융권도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빈틈없는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3 ⓒ 뉴스1
금융 부문 비상대응TF 구성…정책금융 4조 확대

금융당국은 정부 ‘비상경제본부’ 산하 금융안정반 내에 ‘금융 부문 비상대응 TF’를 구성해 위기 확산 차단과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TF는 △실물지원반 △금융시장반 △금융산업반 등 3개 실무 작업반으로 운영된다.

금융당국은 △민생·실물경제 자금지원 △금융시장 안정 △금융산업 리스크 관리 등 3대 축으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먼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 지원 규모를 기존 20조 3000억 원에서 24조 3000억 원으로 4조 원 확대하고 상황 장기화 시 추가 확대도 검토한다.

금융시장 안정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당국은 '100조 원+α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적극 집행하겠다며 필요 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에도 나선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 최악의 상황도 버틸 수 있도록 금융시장 및 산업 내 약한 고리를 식별해 철저하게 대비할 예정이다.

5대 금융지주, 신규 자금 '53조+α' 공급…대규모 지원 동참

민간 금융권도 대규모 지원에 동참한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53조 원+α'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 상환 유예, 금리 인하 등을 통해 피해기업 부담을 완화한다.

업권별 맞춤 지원도 병행된다. 보험업권은 보험료 납입 유예와 보험금 신속 지급, 보험계약대출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추진하고 손보업권의 경우 유가 급등을 감안한 자동차 보험료 할인 방안을 마련한다.

여전업권의 경우 주유 특화 신용카드로 주유 시 추가 할인 또는 캐시백을 지원한다. 화물운송업계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화물차 할부금융상품 원금 상환 유예와 서민 교통비 지원을 위해 대중교통 특화 카드 이용 시 교통 요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금투업권은 시장 정보 제공 확대를 통해 투자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화 조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석유공사의 원활한 원유 확보를 위해 석유공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은 실물경제의 방파제라는 생각으로 전 금융권이 하나의 팀이 돼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의 흔들림을 한순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킥오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4 ⓒ 뉴스1 임세영 기자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