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찬진 금감원장 "편면적 구속력 2000만→1500만원" 완화 검토

시민·소비자단체 간담회서 기준금액 '1500만원' 언급
업계 의견 취합·글로벌 사례 참고…제도 도입 속도내나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시민·소비자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24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한병찬 기자 = 소액 금융분쟁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이른바 '편면적 구속력' 제도의 기준 금액이 1500만 원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시민·소비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 의지를 밝히며 “기준 금액은 1500만 원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금융 공약 중 하나인 편면적 구속력은 소비자가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금융사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안이 확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사는 이를 거부하거나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김현정·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준 금액을 ‘2000만 원 이하’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감원이 1500만 원 수준을 언급하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금액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이 제출한 법률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분쟁 가운데 2000만 원 이하 분쟁건수 비중은 약 66.8%에 달한다. 금융사의 방어권 행사에 과도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분쟁 구조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어, 금융당국이 우선 도입 시 다른 기관 역시 도입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분조위 외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조위 △한국의료분쟁 조정중재원 의료분쟁조정위 △개인정보호위원회 개인정보분조위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 등 여러 분쟁기구가 있으나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한 곳은 없다. 금감원 분조위부터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될 경우 다른 부처로 도입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

주요국 중에선 영국, 호주, 독일 정도가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업권별로는 분쟁 건수가 많은 보험업권의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실손 등에서 분쟁조정 '모집단' 규모가 커, 특정 금액 이하의 조정안을 모두 받아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논리다. 1500만 원으로 하향하더라도 분쟁 건수 중 절반 이상이 편면적 구속력 범위 이내에 들어온다.

반면 시민·소비자보호단체 쪽에선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서도 편면적 구속력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현재까지 도입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라며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히려 2000만 원보다 금액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업계 의견 취합 중이다. 최근 금융위는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관련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글로벌 사례도 참고하며 금액 기준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입법 사항인 만큼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협의와 금융당국 입장을 종합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제 범위는 넓을수록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2000만 원 기준으로 법안이 발의됐다"면서도 "금융권에서는 재판청구권 제한 등 우려도 제기하고 있어서 추가 논의를 통해 합리적 수준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편면적 구속력 제도 기준 금액을 얼마로 할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