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레버리지 역습과 구조적 균열 [박선영의 경제 인사이트]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2월 현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2025년 하반기에 형성된 고점 대비 대규모 가치 조정을 거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6000달러를 돌파하며 정점에 도달했던 당시의 시장 기대감은 수개월 만에 자산 가치의 45% 이상이 소멸하며 급격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과정으로 전환됐다. 2025년 10월 4조 2000억 달러 규모에 달했던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현재 약 2조 300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비트코인 가격은 7만 달러 선 아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라는 거시경제적 변수를 넘어 가상자산이 전통 자산과 맺어온 상관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최근 수 주 사이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 대비 4% 이내의 조정을 기록하며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는 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독자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며 여타 자산군으로부터 디커플링(Decoupling)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독립적 하락세의 시작은 2025년 10월 10일 발생한 대규모 청산 사태였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 정책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촉발된 불확실성은 가상자산 시장 내 고레버리지 롱(Long) 포지션의 연쇄 청산을 유도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조정을 넘어 시장의 주요 기술적 지지선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후 4개월간 시장의 회복탄력성이 저하되는 구조적 균열로 이어졌다.
특히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공격적인 자금 조달 구조는 시장의 하방 압력을 가중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0% 금리 전환사채(CB)와 고정 배당 우선주 발행이라는 금융 공학적 기법을 통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해 왔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세가 이들의 평균 매입 단가를 하회하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는 비트코인 하락 폭을 상회하는 60% 이상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3년 내 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약 50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는 시장 가격이 전환가격을 밑돌 경우 현금 상환을 위해 보유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잠재적 매물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시장에서도 유사한 구조적 리스크가 관찰된다. 이더리움을 디지털 인프라로 규정하며 전체 물량의 5% 확보를 목표로 하는 비트마인은 주식 발행을 통해 이더리움 대규모 매집 전략을 구사해 왔다. 현재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약 429만 개를 보유하고 있으나 2000달러 선인 현재 시세는 평단가(약 3800달러) 대비 약 50% 수준의 평가 손실을 의미한다. 비록 부채가 아닌 자본 조달 방식에 기반하고 있어 즉각적인 강제 청산 위험은 낮으나 막대한 평가 손실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은 알트코인 시장 전반의 유동성 고갈을 심화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침체는 가상자산이 나스닥의 변동성을 추종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레버리지 구조와 기업별 자금 조달 리스크에 따라 가치가 재평가되는 독립적 자산군으로서의 시험대에 올랐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시장 냉각은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함께 본격화된 '기관화' 과정이 오히려 하락 압력을 가중하며 가속화되고 있다.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거대 자산 운용사의 진입은 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했으나, 2026년 들어서는 오히려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됐다.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기관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비트코인 ETF를 우선 매도했으며, 이는 2월 초 단 하루 만에 블랙록의 iShares Bitcoin Trust(IBIT)에서 1억 576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순유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단순 투매가 아닌 기관의 내부 리스크 관리 지침과 강제 청산 물량이 결합한 결과로 분석된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자 '국제 금융 불안정에 대한 헤지(Hedge)' 수단으로 평가하며 국부펀드의 자산 배분을 통한 장기적 가격 상승 가능성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찰스 호스킨슨과 같은 기술적 옹호자들은 월스트리트 자본의 유입이 가상자산의 본질인 탈중앙화와 자기 주권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경우 글로벌 가격 하락보다 내부 통제 시스템의 취약점이 더욱 중대한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6일 국내 주요 거래소인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가상자산 운용 시스템의 미비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단순한 단위 입력 오류(Fat-finger error)로 인해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1인당 2000BTC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오지급됐고, 이로 인해 거래소 내 시세가 약 17% 급락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가 발생했다. 사고 인지 후 35분 만에 거래가 중단됐고 자산의 약 99.7%가 회수됐으나, 이 사건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산으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산 안정성과 준법 감시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자아냈다.
결론적으로 2026년 2월의 시장 환경은 가상자산이 투기적 수단에서 제도적 자산군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필연적인 구조적 재편기라 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가상자산이 단순한 가격 상승 기대를 넘어 실질적인 효용과 내재적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시장은 운영의 안정성 확보와 더불어 내부 통제 프로세스를 기성 금융권 수준으로 고도화해야 하는 질적 도약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또한 2027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취득가액 입증을 위한 시스템 정비와 가상자산 거래정보 공유체계(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와 같은 글로벌 정보 교환 체계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의 진통은 부실한 프로젝트와 운영 주체들이 정리되고 견고한 제도적 기초가 마련되는 정화의 과정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규범에 부합하는 성숙도를 갖추게 될 때 비로소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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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거시·금융 경제학자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금융 정책기관의 위원회와 자문기구에서 제도 설계와 정책 평가에 참여해 왔다. '경제 인사이트'에서는 학술 연구와 정책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숫자 이면에 놓인 경제의 논리를 독자에게 차분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환율·금리·자산시장부터 금융규제, 디지털 금융과 통화 질서에 이르기까지 주요 경제 이슈를 데이터와 이론에 근거해 분석하고, 정책 결정이 시장과 가계에 어떠한 경로로 전달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