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만큼 빌려라" 원칙 깬 6·27규제…대출 쏠린 '다주택자' 숨통 조인다
지난해 6·27 기점으로 9·7, 10·15 '주택 구입' 신규 대출 꽉 막혀
이제 기존 다주택자 대출 연장 타깃…임대사업자 정조준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인 지난해 6·27 규제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일괄 제한하면서 "갚을 만큼 빌려라"는 기존 시장 원칙이 깨졌다. 상환 능력이 있어도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신규 대출이 제한된 재화라면 다주택자들이 기존 대출이라는 이유로 계속 독차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관행적인 대출 연장에 제동을 건 이유다.
대통령의 의중이 이런 만큼, 정부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다주택자 숨통을 조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27 규제를 통해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설정했다.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려야 한다'며 상환능력을 강조, 과도한 '영끌 현상'을 지적해 온 정부가 6.27 규제를 기점으로 소득, 상환능력 관계없이 대출 한도를 일괄 제한하며 시장의 원칙을 깼다.
더 나아가 9.7 규제로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을 아예 금지했고, 10·15 규제로 주담대 '6억 원' 한도를 5억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더 조였다.
주택 구입 목적의 신규 대출 통로가 꽉 막힌 셈인데, 올해 들어서는 기존 다주택자들의 대출 연장 관행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 계정에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양도소득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주었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그들에게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할까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통상 임대사업자 대출은 3~5년 만기 후 1년 단위로 연장되는데 신용등급, 담보물 적정성 등만 확인한 뒤 관행적으로 연장돼 왔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부동산 임대사업자(개인+법인 포함) 대출 잔액은 178조 4395억 원으로, 그중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 잔액은 15조 1777억 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대출은 현재의 기준이 아닌, 최초 대출 실행 당시 적용된 규제 기준으로 1년마다 관행적으로 연장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전 금융권 '개인여신' 담당을 불러 긴급회의에 이어 지난 19일 2차 회의에선 '기업여신' 담당을 소집했다. 임대사업자대출이 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회의에서는 대출 연장 심사 때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임대 수입으로 이자 상환이 충분히 가능한지 판단하는 장치다. 현재 규제 지역의 경우 RTI 1.5배, 비규제 지역은 1.25배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RTI 규제를 넘어 대출 만기 연장 관행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X 계정에 금융당국이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 (RTI)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왜 RTI 규제만 검토하나요. 대출 기간 만료 후에 하는 대출 연장이나 대환대출은 본질적으로 신규 대출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대출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요"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9·7 규제로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임대사업자 신규 대출이 아예 막혔는데, 기존 대출은 관행적으로 연장되는 점을 꼬집으며 임대사업자의 만기 연장은 신규 다주택 규제와 동일 선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 셈이다.
이에 만기가 도래한 임대사업자대출 재심사에 LTV 또한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내준 대출 또한 만기 연장 시 '신규 대출'에 준하는 수준으로 심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는 별개로,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지속돼 온 만큼 대출 비중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에도 다주택자들이 직접 은행 대출을 받아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활용해 왔다.
이에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을 전면 중단하는 등 고강도 규제를 꺼내도, 기대만큼 알짜 매물이 나오거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비아파트' 중심인데, 대출을 아예 막아버리면 세입자의 주거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회의에 참석한 은행권 관계자들도 이런 우려를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의 대출을 막으면, 부족한 자금 여력을 세입자의 월세 인상으로 메꾸려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빌라나 다세대는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이들의 주거 비용이 늘어나는 역효과도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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