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소비자보호 '자율 개선' 압박 커진다

내달 주총 시즌 앞두고 금융당국 압박 고조…지배구조 개선 시험대
금융당국, 회장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사외이사 3년 단임제 검토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6.2.5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권이 지배구조 개편과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이전부터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면서 주요 금융그룹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는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출범한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대한 주주 통제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지주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과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요건만 갖추면 되지만,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출석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개정하는 방안 등이다.

회장을 뽑는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보수 외 제공되는 각종 혜택으로 주요 안건에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 상당수가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교체 폭과 방향이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가늠할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전 금융권의 선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국내은행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배구조 혁신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는 없다"며 "은행장들부터 필요한 것은 망설임 없이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반드시 고쳐달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사실상 '주주총회 전 선제 조치 요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달 말 개선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개선안이 나오기 전에 금융지주들이 자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지주는 선제 대응에 나섰다.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던 BNK금융그룹은 이사회 과반을 주주 추천 사외이사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금융그룹은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CEO가 세 번째 연임에 나설 경우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도록 하는 특별결의 절차를 정관에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이 뚜렷하지 않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명확히 방향성을 제시해 주지 않아 답답함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배구조와 함께 소비자 보호 강화 역시 내달 주총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실태 평가 체계를 개편하는 등 사전적으로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 전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이 금감원장은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어떤 일보다 소비자 보호를 가장 먼저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하나금융그룹은 내달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이사회 내 '소비자 보호 위원회'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