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보호 '반쪽짜리'뿐인 가상자산, '빗썸사태'에도 제재 근거가 없다
현행법 '반쪽짜리' 수준…부실한 내부통제 제재 근거 사실상 無
당국 "금융사 수준 규제" 예고…닥사 내부통제 고도화 TF 가동
- 전준우 기자,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벤트 과정에서 비트코인 62만 개(약 62조 원 규모)를 오지급한 사태와 관련, 현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고강도 제재를 내리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그간 국회도, 당국도 가상자산 입법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현행 이용자보호법은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담겨있지 않은 '반쪽짜리'로 2년 전 시행됐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현행법이 너무 허술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가상자산 분야의 '업권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1단계 입법으로 '응급처치' 성격이 강하다.
그전에는 가상자산 관련 유일한 법적 근거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었는데, 해당 법안은 자금세탁 방지가 주목적으로 일반 투자자를 사기나 시세조종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은 아니었다.
법도 없는 시장이었지만 개인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며 가상자산 거래가 급증했고 그러다 2022년 글로벌을 강타한 초유의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이듬해인 2023년 급하게 발의됐다.
당시에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전반이 담긴 업권법의 필요성이 컸지만 국회 및 당국 등이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반쪽짜리'로 이용자보호법부터 마련됐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마련된 1단계 법안이다 보니, 구체적인 산업 규제는 담기지 않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 사태 관련, 지난 10일부터 현장 검사에 돌입했지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고강도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자산 보유 한도를 점검하고 차단해야 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없는 자산'이 대량 지급되는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인데,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아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12조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거래 등을 상시 감시하고, 적절히 조처하도록 돼 있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금융회사 수준의 지배구조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 관련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의 빗썸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현행법이 매우 허술하게 돼 있다는 부분을 저 자신도 놀라고 있다"며 "2단계 입법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내에 촘촘하게 돼 있는 부분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전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내부통제 기준 등을 2단계 입법에 반영하고 강제력을 갖도록 준비하겠다"며 "금융회사는 상시적인 감시가 되고, 중요한 사고 발생 우려가 있으면 다층적이고 복수의 어떤 통제 장치가 마련돼있는데 해당 내용을 빠른 속도로 2단계 입법에 반영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에는 2단계 입법 관련,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업계와 당국의 첨예한 입장차가 주요 쟁점이었다면 '빗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 수준의 명확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 필요성이 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2단계 입법 과정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도 검토는 하고 있었으나, 이번 빗썸 사태를 계기로 좀 더 타이트하게 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지난 11일 금융당국과 긴급대응반을 구성하고 업계의 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통제 고도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긴급대응반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TF가 직접 거래소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닥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도출한 미비점을 기반으로 마련한 개선책을 2단계 입법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단계 입법 발의는 설 연휴를 지나 이르면 이달 말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원내 대책 회의에서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지배구조를 분산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2월 국회 안에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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