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은행장들에 '견리사의 자세' 강조…"손쉬운 이자장사 벗어나야"
이찬진 금감원장 "은행권 잔인하단 말 듣지 않도록"
지배구조 혁신 촉구…"미룰 이유 없다, 반드시 고쳐야"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국내은행 은행장들을 만나 "이익을 보면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자세를 은행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어떤 일보다 소비자 보호를 가장 먼저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은행권의 당면 현안과 은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은행권의 건의 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은행권에서는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및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은행권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원장은 팬데믹 이후 급증한 가계·자영업자 대출과 부동산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목하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과 불완전판매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모두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은행권은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새롭게 정비해 달라"며 "금감원도 금융소비자보호실태 평가 체계를 개편하는 등 사전적으로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 전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두 번째로 포용금융 환경 조성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더 이상 은행권이 '잔인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관행적인 소멸시효 연장은 재고해달라"며 "채무조정 프로그램 활성화와 함께 '생계비 계좌',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장기분할 프로그램' 등 제도를 적극 안내해 금융소비자가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선정산 대출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자금 흐름을 지원하는 '연계 공급망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세 번째로는 자금의 생산적 분야 유입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으로 혁신기업과 첨단 제조업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공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부동산 담보 대출 같은 손쉬운 이자 장사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적 자금 공급에 앞장서 주기를 부탁한다"며 "금감원도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자본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혁신을 촉구했다. 금융위·금감원이 공동으로 운영 중인 '지배구조 선진화 TF'에서 이사회 독립성 확보, CEO 승계 절차, 임원 성과보수 체계를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개선 방안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는 없다"며 "은행장들부터 필요한 것은 망설임 없이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반드시 고쳐달라"고 말했다.
한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이 합심해 소비자 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은행장들도 상품 판매의 시작부터 분쟁조정까지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잘못된 점과 개선할 점은 없는지 다시 살펴보고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위해 독립성이 확보된 이사회,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성과 보수체계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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