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빗썸 직격 "위법 발견 시 검사 전환"…"자산 반환해야" 경고(종합)
"가상자산 구조적 문제 적나라하게 보여줘"…"반환에 이론 여지없다"
CEO 셀프연임 직격 "주주 통제 강화"…금감원 독립성 재강조
- 김도엽 기자, 전준우 기자,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전준우 한병찬 기자 = 변호사 출신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비트코인 '62조 원' 오입금 사태를 일으킨 빗썸을 향해 "가상자산 거래의 안정성 및 이용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아진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라며 "법 위반 소지가 발견될 경우 즉시 현장검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오입금된 비트코인을 매도 후 현금으로 전환한 일부 투자자들에 대해 '원물 반환 의무'가 있다며 법률가로서 사견임을 전제로 이같은 행위는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월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빗썸 사태에 대해 "검사 결과 위법 사항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며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거래소에 대해서도 고객 자산 보유 운용 현황,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우선 빗썸 사태에 대해 "가상자산 정보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케이스"라며 직격했다.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쯤 고객 확보 목적의 이벤트 참여 이용자(695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1인당 2000원이 아닌 비트코인 2000개(약 1970억 원)를 294명에게 잘못 지급했다. 오지급된 비트코인 62만 개 중 61만 8214개(99.7%)는 거래 전 회수했지만 비트코인 125개(약 130억 원)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실제 80명 넘게 비트코인을 이미 현금화했고 은행 계좌에 30억 원가량이 입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원장은 "고객 확보 목적의 이벤트 참여 이용자 1인당 2000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주기로 했는데 2000개를 주는 착오가 발생했다"며 "잘못 들어갔는데 그게 거래가 되고 현금화되는 기가 막힐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현금화된 금액에 대해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법률가로서의 사견도 함께 밝혔다.
이 원장은 "거래소에 확실히 '비트코인을 저한테 준거냐'라고 확인한 사람은 과실이 없을 것 같지만, 그러지 않고 매각해서 돈으로 환산한 분은 '원물 반환 의무'가 있어 차액이 발생한 것"이라며 "재앙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부당이득 반환 대승이 명백하다"라며 "공지에서 '2000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이라고 했는데, 잘못 들어간 것이다. 반환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여지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특히 비트코인 보유량을 크게 웃도는 규모의 자산 이동이 가능한 '유령코인' 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4만여 개인데 62만 개나 잘못 지급되며 '유령코인' 논란이 불거졌다.
'사전 예방'할 수 없었는지 지에 대해선 '인력 문제'를 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에 와보니 검사나 감독체계가 사전적으로 작동하기 굉장히 어려운 인력구조가 있다"며 "가상자산이 레거시금융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라,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규제·감독체계도 대폭 보완해야 할 과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를 두고 금융위와 마찰을 빚은 이 원장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48시간 이내 결론'이라는 새로운 화두도 제시했다.
앞서 금감원은 금감원 산하에 인지수사 착수를 결정한 '수사심의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방안을 요청했으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지적에 금융위로부터의 '민주적 통제'를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특사경 수사 착수 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내 수사심의위 심의를 거쳐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원장은 "수사심의위 관련 핵심은 48시간 이내에 결론 내자는 것"이라며 "수사의 신속성과 증거의 신속한 보존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와 금감원) 누가 주도권을 쥐는지는 쓸데없고 부질없는 얘기고, 다투지도 않았다"며 "금감원의 모든 데이터 조사 자료는 기밀성이 있고 유출되면 큰일나는 정보로, 신속한 보존이 핵심이라 여기(금감원 내 별도 수사심의위)에서 하자는 게 저희 입장이었다"고 부연했다.
다음 달 말 예고한 '지배구조 선진화 TF' 결과 발표에 앞서 금융지주를 상대로 'CEO 셀프 연임', '이사회와의 참호 구축' 등 문제도 질타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지주의 주인 없는 회사 특성상 CEO 셀프 연임 관련, 이사회와의 '참호 구축' 등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취약한 지배구조 건전성을 개선하고자 지배구조 선진화 TF 출범 후 실무작업반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논의 과제별로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는 3월 말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으로, 은행 지주회사 CEO 선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과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요건만 갖추면 되지만,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출석과 3분의 2 찬성해야 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방안 등이다.
지난달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금융)를 상대로 진행한 '특별점검' 결과도 반영될 예정이다. 특별점검에선 '사외이사 혜택'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사외이사는 기본 보수 외 골프 라운드 부킹뿐만 아니라 이사회 및 소위원회 참석 횟수에 따라 회의비를 별도 지급받는 등 여러 혜택이 제공되는 것으로 꾸준히 지적됐다.
이 원장은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개정 상법 취지에 맞춰 사외이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대변하고, 주주들이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활동을 제대로 감시·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개선 방향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이 원장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최근 국회에서 "국가기관이 돼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것과 관련 "정치 세력에 기반한 정부에 따라 바뀌는 것에 오락가락하면 안 되기 때문에, 독립성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말한 것"이라며 "(공공기관 지정 반대에 대한) 입장이 바뀐 적은 없다"라고 했다.
애초 이 원장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해 왔는데, '국가기관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내부에서 일부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은 완전히 다른 얘기로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며 "공공기관 지정 관련 입장을 바뀐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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