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명 단체방서 'AI 투자' 찬양…"25% 수익 보장" 주식 문자 눌러보니
AI로 얼굴 만들고, AI로 종목 추천까지…'진화한 리딩방' 실체
금감원 조회했더니 "없는 회사…어떤 거래도 마라" 경고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관세 악재로 국장 하락? 잠시후 25 % 항목 추천 예정 받아봐. tm/kim_hj***"
지난 27일 오전 9시 5분. 주식 거래가 시작되자 A 씨는 이같은 문자를 받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며 국내 증시 하락 우려가 커진 시점이었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하자 텔레그램 앱으로 연결돼 '김현○ 매니저' 프로필이 떴다. 검은 정장에 칼 단발머리를 한 20대 여성의 얼굴이었는데,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처럼 보였다.
이어진 A 씨와의 대화에서 그는 자신을 '○○○스타 퀀트 캐피탈'의 투자 전략 매니저라고 소개했다. 이어 "추천 종목은 모두 그룹방에서 공지하고 있다"며 단체 채팅방 링크를 다시 전달했다.
단체 채팅방 모인 인원은 모두 370여 명. 눈에 띈 점은 참여자 대부분이 연이어 '투자 성공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모 씨는 "오늘 진입 타이밍을 진짜 잘 잡은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김모 씨는 "○○ 종목이 벌써 수익률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종목 추천이 있으면 저한테도 보내달라"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들이 실제 투자자인지, 이른바 '바람잡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초보 투자자라면 혹할 만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이들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AI'였다. 운영진은 2023년부터 개발한 AI가 주식·선물·금·암호화폐 등 다양한 시장을 학습했으며, AI가 제공하는 매매 전략 신호에 따라 특정 종목을 매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AI를 따라 거래하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고 홍보했다.
'정말 이런 회사가 있을까' 찾아보려던 그때 채팅방에 게시된 2분짜리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에는 창립자라고 주장하는 서양인 '데이비드'가 등장해 회사 설립 배경과 사업 내용을 소개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불법 업체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에서 금융회사 정보를 검색한 결과, 관련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사투자자문업자 검색 결과에서도 해당 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법상 비금융회사가 투자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설령 신고를 하더라도 1대1 투자자문이나 양방향 소통 방식의 자문 행위는 금지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문업이나 유사투자자문업 어느 쪽으로도 등록돼 있지 않다면 불법 업체에 해당한다"며 "민원이나 제보가 접수될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불법 리딩방'의 전형적인 수법과 맞닿아 있다.
불법 업체들은 AI 기술을 악용해 실제 존재하는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한다. 신뢰를 얻기 위해 AI로 얼굴과 목소리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투자자를 현혹한다.
이후 투자자들을 단체 채팅방에 참여시키고, 방 안에 있는 인물들이 연이어 투자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어 가짜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한다. 해당 앱은 실제 증권사 애플리케이션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돼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비공개 1대1 대화방으로 다시 유인한 뒤, 투자금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단체 채팅방으로 유도하거나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하는 업체와는 어떠한 금융 거래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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