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11개월 만에 역성장…대출 한파 새해도 매섭다

올해 가계대출 33조 늘어…작년 대비 10조 가까이 줄어
금융당국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연일 강조…대출한파 지속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5.12.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연말 은행권이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이달 가계대출 잔액이 11개월 만에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체로는 33조 원 증가해, 전년 대비 증가 폭이 줄어들었다.

은행권은 새해에는 자율적으로 시행하던 자체 억제 조치를 풀겠다고 예고했으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정책을 예고한 만큼 새해에도 당분간 대출 한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가계대출 33조 늘어…41조 늘어난 2024년 대비 둔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7조 2086억 원으로 전달 대비 9258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이 역성장한 것은 지난 1월(-4762억 원) 이후 처음이다.

이는 10월(9251억 원), 11월(8315억 원) 등 급증하던 신용대출 잔액이 24일 기준 1조 2484억 원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급증하던 마이너스통장대출 잔액이 39조 4218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6619억 원 크게 줄었다.

다만 이는 지난 25일이 성탄절 공휴일이라 24일에 급여가 선입금돼 대출금 상환액이 늘어, 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26~31일에 다시 잔액이 증가하기 시작해, 순증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간 가계대출 증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이달 들어선 535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함께 은행권이 신규 접수를 중단하며, 기접수된 물량이 서서히 소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5대 은행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32조 8936억 원(약 4.5%) 늘었다. 지난해 가계대출 전체 증가액이 41조 7265억 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0조 원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5대 은행은 올해 초 명목 GDP 성장률 3.8%의 절반 수준인 1∼2.6% 수준으로 목표를 제출했으나, 당초 목표치보다는 잔액을 더 늘린 셈이다.

특히 6·27 대책 발표 이후인 하반기(7∼12월)에는 0.7∼1.7% 수준으로 더 내린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일부 은행은 목표 대출 총량에서 페널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MCI·MCG, 대출모집인 제한 등 은행 자율 규제 연초부턴 리셋

연말 모기지보험(MCI·MCG) 제한,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 중단, 주택 구입 목적용 대출 중단 등 자율 억제 조치를 진행한 은행은 새해에는 모두 완화한다.

가계대출 총량이 연초 리셋되기 때문에, 통상 연말보단 연초가 가계대출 규제가 여유로운 편이다.

우선 1월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재개한다.

올해 실행되는 주택구입용 주담대를 중단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내년 실행 대출 접수는 재개한다.

MCI·MCG 적용도 재개한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축소된다. 서울의 경우 5500만 원의 한도 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부동산 중심에서 '생산적 금융'으로…대출 한파 연초에도 이어질 듯

은행권의 자율 규제 해제에도 '대출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연일 '가계대출 하향 안정화'를 강조하고 있고, 부동산 중심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며 대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생산적 금융 기조 확대 아래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될 예정인 만큼, 주담대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가계부채의 일정적 관리 기조는 일관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이 부동산 담보 대출에 의지해 편하게 장사하던 시절,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얼마나 크게 기여했느냐. 앞으로는 미래 쪽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바꿔줘야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내년도 대출 총량은 올해 대출 총량이 확인되는 1월 중순에서야 논의가 시작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은행권이 적어도 2월까진 모든 대출 빗장을 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율 규제는 해제해도 보수적인 월별 총량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도 경상성장률(명목 GDP 증가율)을 3.9%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6.27 대책 발표로 총량 목표치를 0.7~1.7% 수준으로 내린 점을 감안하면 내년 대출 총량은 2% 초반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