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피해 발생 전 '상품 판매 중단 명령'…'사전 예방' 체제로(종합)

소비자 보호, 사후 구제 중심→사전 예방적 '패러다임 전환'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 총괄' 부문 신설…전방위 소비자 보호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발표 및 금감원 조직개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전준우 기자 = 금융감독원이 상품 설계·심사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전 단계에 걸쳐 금융소비자보호 DNA를 탑재한 '리스크 기반 소비자보호 감독체계'를 구축한다.

기존에는 '사후 구제'식의 감독체계였다면, '사전 예방'식의 감독체계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상품 변경(중단) 권고'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 소비자피해 발생 전 선제 조치로 분쟁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22일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및 조직개편 실시' 관련 브리핑에서 "(상품 판매)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하면 심한 경우 판매중단까지 조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사후 구제 중심의 소비자 보호 업무를 사전 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모니터링→위험 포착→감독·검사→시정·환류로 이어지는 '리스크 기반의 소비자 보호 감독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사고 발생 후 접수된 민원·분쟁 등을 통해 수동적으로 인식해 '사후 구제' 중심의 감독체계였다면, 앞으로는 상품 설계·제조 단계에서부터 위험 요인을 평가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발생 후 분쟁조정 등을 통한 사후 피해 구제 중심에서, 상품 변경(중단) 권고 등을 통해 피해 발생 전 사전조치하는 강력한 감독체계를 구축한다.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발생 전 판매 중단 명령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이를 대입해 보면 △2019~2020년 판매량이 급증하는 징후가 있었던 점 △금융사가 창구 등에서 판매를 독려하는 징후가 있었던 점 △SNS상에서 ELS 상품이 안정적이면서 고수익을 취할 수 있다고 홍보된 점 등을 종합해 시정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안을 소비자대응협의체 안건으로 올리고,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 후 필요시 상품의 손실 진입구간을 더 보수적으로 해 판매 권고하거나,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할 경우 판매 중단까지 조치하겠다는 의미다.

이 수석부원장은 "현재는 비공식적인 조치나 권고 등을 통해 일정 부분으로 제한 중이지만, 금융사 간 판매 실적 경쟁 과정에서 판매 중단 같은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설득을 통한 제한이 아닌 법적 제한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서 이미 판매된 부분으로 인한 소비자피해가 있을 수 있어, 계약원천무효 등 사항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도 같이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사적 계약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제한이 있는 점은 한계다.

이 부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할 것인가는 법적 제약이 있어, 시정조치 가능한지 여부는 법리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2025.1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 우선…원장이 '소비자 보호' 직접 챙긴다

이날 금감원은 전방위적 소비자 보호 체계 구축을 위해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배치하기로 했다.

그간 금감원 내부의 소비자 보호 담당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다른 부문과 병렬적으로 편제·운영되면서 '소비자 보호' 목표 달성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기존의 소비자보호 부문에 감독서비스 전반에 대한 총괄 기능을 부여하고 해당 기능을 원장 직속으로 배치, 금감원의 모든 수단을 사전적 소비자 보호에 활용할 수 있는 전방위적 소비자보호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 총괄' 부문은 △소비자보호감독총괄국 △소비자피해예방국 △소비자소통국 △소비자권익보호국 △감독혁신국으로 구성된다. 소비자보호감독총괄국 내에 소비자 보호 중심의 금융감독원 운영을 위해 소비자단체·학계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원장 직속의 자문위원회를 신설한다.

이 수석부원장은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사의 건전성 보호 등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소비자보호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며 "조직 운영도 업권별에 따라 조직체계를 굳히다 보니 소비자보호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소비자보호, 감독 업무와 상충 '옥상옥'될라…인력 감당 못할 것 우려도

업권별 감독국과 업무가 상충해 자칫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소비자보호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감독은 각 감독국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업무 수요나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그때그때 판단해 업무 배분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 인력 체계에서 소화할 수 없는 업무량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수석부원장은 "기능 확장을 위해 무한정 (인력을) 투입할 수는 없다"라며 "현재 적체된 현안 중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해나갈 것인지를 협의해야 하며, 인력 증원 수요는 기재부 등 필요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생산적 금융' 공급 확대를 위한 '은행리스크감독국'도 신설했다. 현 은행감독국 내 은행 리스크 감독 부문을 별도 조직으로 둬, 자본규제 개선 등 감독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함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리스크평가·관리와 함께 최근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불합리한 리스크 규제 제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인지를 리스크감독국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