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입 빗장 푼 정부…'1500원 위협' 환율 상승세 진정될까
외국은행 선물환 확대·수출기업에 '운전 자금' 외화대출 허용
전문가 "환율 억제 효과 제한적…구조적 상승 압력 내년에도 지속"
- 전준우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도엽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80원 선을 넘나드는 등 '고환율'이 지속되자 18일 정부가 달러 유입을 가로막던 외환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면서 환율 상승세가 진정될지 주목된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 장중 1480원을 돌파, 지난 4월 8일(1482.3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위험 회피 심리에 따른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순매도세가 이어진 데다 수입 업체 결제 등 달러 실수요 증가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환율이 고공행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이 전날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실제 가동하는 등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에도 환율 상방 압력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며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1.5원 내린 1478.3원에 마감했다.
지속적인 고환율에 따른 성장 양극화 등 위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날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 달러 유입을 가로막던 외환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은행들에 대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관련 감독 조치를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외국계은행 국내법인의 선물환 포지션 비율 한도를 기존보다 대폭 완화해 200%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기존에는 시설 자금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원화 용도 외화대출을 '운전 자금'까지 확대 허용한다. 이렇게 되면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시장에서 현물을 사는 대신 은행에서 대출받아 급한 불을 끌 수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달러 공급 확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달러·원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키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유입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정책이지만,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각자 필요로 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 수반되는 달러화 수요 증가가 현재 환율 고공 행진의 배경이기 때문에 환율 억제 효과를 내는데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원책으로 정부의 달러 공급 확대 의지가 확인됐지만,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올 부분이다"며 "수출 기업의 달러 환전 유도나 해외 자회사 유보금의 국내 환류 등이 이번 지원책에 빠진 점은 다소 아쉽다"고 진단했다.
실제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어 시중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었는데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의 90%를 원화로 환전하던 한국 기업들이 올 들어 절반 정도만 환전하고 나머지는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 방어에 수출기업까지 동원하기에는 부담인데다 미국과의 교역 문제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기업이 미국의 압박으로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 투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환율 수준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 구조적인 상승 압력이 언제 멈출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달러·원 환율 전망을 기존 1390원에서 142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성장률 및 금리 역전 국면에서 더 높은 기대 수익률이 예상되는 해외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거주자의 순대외금융자산 누적과 함께 달러·원 환율이 추세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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