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강조에 화답…5대 금융, 5년간 '500조' 푼다

KB·신한 110조원씩 투입…'이행 과정'도 주기적으로 점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5대 금융그룹이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에 동참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손쉬운 돈벌이에서 벗어나 투자로의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500조 원이 넘는 자금 계획까지 앞다퉈 내놨다.

정부 기조에 화답…5대 금융 5년간 508조 투입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농협)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향후 5년간 총 508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우리금융 80조 원을 시작으로 하나금융 100조 원, 농협금융 108조 원, KB금융과 신한금융 각 110조 원 투입을 결정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정책금융 △금융회사 △자본시장의 3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출범과 함께 기업이 성장단계별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로 대출 유형별 RWA(위험가중자산)를 조정한다. 당장 내년부터 주담대 RWA의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이고, 은행이 주식을 보유할 때 부과하던 RWA는 400%에서 250%로 낮춰 적용한다.

이 경우 은행권의 RWA가 약 31조 6000억 원 감소해, 그만큼 투자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지원하는 총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도 생산적 금융의 일환이다.

당초 조성 규모 계획은 100조 원이었으나, 이보다 50조 원 늘었다. 그만큼 민간의 투자 확대가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에 화답하듯 5대 금융은 향후 5년간 국민성장펀드에 각 10조 원씩 출자를 예고한 상태다.

선언에 안 그친다…별도 조직 두고 '이행 과정' 점검

주요 금융그룹은 '일회성', '선언적'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해 TF, 협의회 등을 구축해 이행 과정까지 꼼꼼히 살필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 9월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향후 추진방향은 물론 세부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실적을 점검 중이다. 계열사별로 전담조직도 신설해 속도감을 높일 계획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9월 주요 자회사가 참여해,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그룹 통합 관리조직인 '생산적 금융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신설했다. 생산적 금융 PMO는 분과별 추진 과제 및 목표 설정, 유망산업 및 혁신기업 발굴을 위한 전략 구체화 등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격월 단위로 개최해 이행 수준을 점검한다.

하나금융은 은행·증권·카드·캐피탈·보험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TF를 구축해, 생산적·포용금융 등에 대한 전사적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계열사 협력을 통한 직·간접투자 민간자금 출자를 비롯해 인프라·스케일업 등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그룹 회장이 주재하고 자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첨단전략산업금융 협의회'를 가동 중이다. 프로젝트의 성과 관리와 리스크 현황 점검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목표 완수에 주력할 방침이다.

농협금융은 지난달 2일부터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조직'을 가동한 데 이어, 회장 직속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생산적금융 진도 상황을 직접 점검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은행 가계대출 줄이고, 기업대출 늘린다…건전성 관리는 숙제

주요 은행은 내년 가계대출 비중을 축소하고, 기업대출은 늘리는 등 비중 조정에 나선다.

KB금융의 경우 내년 계열사 내 부동산금융 영업조직을 축소하는 한편, 기업·인프라금융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국가 산업육성 관점에서 기업대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15조 원의 별도 그룹 자체투자 재원도 구성한다.

나상록 KB금융 재무담당 상무(CFO)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가계대출은 3% 내외, 기업대출은 6~7% 내외 수준으로 성장하며 내년에도 연간 5%대 수준의 성장을 예상한다"며 "자산구조를 부동산 쪽으로 치우친 부분을 제조업 중심으로, 질적 측면에서 높이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도 그룹 자체적으로 10조~15조 원의 투자자금을 별도로 조성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내년 가계대출은 규제들로 인해 적극적인 성장은 제한적이나 정책금융은 지속할 것이며, 기업대출은 생산적 금융 방향에 맞춰 5~6% 성장을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RWA에 따른 자산건전성 리스크 확대를 풀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RWA 증가에 따라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 시 주주환원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 우선 숙제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기업대출 확대 등 생산적 금융에 적극 참여하되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 관리를 강화해 자뵨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자본비율 하락분은 충분히 이익 창출로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축적한 기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산건전성과 자본 비율을 균형 있게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