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만 강조하는 시대 지났다…'주주환원' 앞세운 금융지주들

밸류업에 '이자장사' 꼬리표 떼기…실적 대신 '주주환원' 전면 배치
주주환원율 50% 선점 회사는?…내년 '국민배당주' 타이틀 경쟁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실적 발표 초점이 당기순이익에서 '주주환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배당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금융주로 몰리면서, 기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도 '얼마나 벌었느냐'에서 '얼마나 돌려주느냐'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공개한 3분기 실적 자료 최상단에는 "3분기 1500억 원을 포함해 총 8031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내용이 담겼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실적 자료의 맨 위에는 당기순이익이 자리했지만 이젠 '주주환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 변화는 콘퍼런스콜과 보도자료에서도 뚜렷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콘퍼런스콜 시작 후 당기순이익보다 '2025년 주주환원율'을 먼저 강조했고, 보도자료에서도 '주주환원율 50% 조기 달성 청신호'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신한금융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의 실적 자료에서는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최상단에 배치됐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CET1은 주주환원의 지표이기도 하다. CET1이 충분히 높아야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의 실적 자료의 첫머리는 '당기순이익'이었다.

코스피가 장중 4100선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5.10.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밸류업' 흐름 이어가야…'이자장사' 꼬리표도 뗀다

이런 변화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다. 금융지주들은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는 올해 날개를 달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와 비교하면, 10월 30일 기준 KB금융은 약 40%, 신한금융은 55%, 하나금융은 51%, 우리금융은 51% 상승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주주환원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즉, 기존처럼 당기순이익을 내세우기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을 가장 먼저 발표해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동시에 '이자 장사' 꼬리표를 떼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 발표 때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강조하면 '이자 장사로 돈을 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며 "이제는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려주느냐를 앞세워 시장의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율 50%' 경쟁 본격화

증권가에서는 내년부터 금융주가 '국민 배당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세율을 낮추는, 이른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올해 주주환원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44~4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지주는 2026년부터 개인투자자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적용할 계획이다. 개인 주주는 배당금에서 원천징수(15.4%) 없이 전액을 수령하게 돼, 실질 배당수익률이 약 18.2%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부터 우리금융은 배당 비과세, 나머지 금융지주는 분리과세가 적용될 전망"이라며 "개인투자자에게 은행주 배당이 '제2의 월급'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