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전후로 주거래은행 변화…"낙인효과 존재 간접적 증거"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회생절차 전후로 기업의 주대출은행(가장 대출 잔액이 높은 은행)이 시중·특수은행에서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 등 정책금융기관으로 급격한 비율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은 회생 종결 이후에도 주대출은행이 시중은행으로 회귀하지 않고, 정책금융기관으로 한동안 남아 있는 현상은 '낙인효과의 존재를 시사하는 간접적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용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회생신청기업의 낙인효과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연구위원은 2018~2024년 사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6380개의 기업 중 2487개 사를 분석했다. 이는 국내 기업회생신청기업에 대한 실증 분석 중 가장 큰 표본이다.
우선 회생 신청 기업 중 상당수는 회생 신청 시점 전후로 주대출은행이 변경되는 경향을 보였다.
회생 신청 기업 중 회생 신청 연도에 주대출은행이 바뀌는 기업의 비중은 61.1%로, 회생 신청 이전 3년간 20.8~23.8% 사잇값과 비교해 큰 차이다.
회생 신청 직전 5개년 간 약 30% 이상의 기업이 시중은행을 주대출은행으로 두고 있었으나, 회생 종결 연도에는 이 비율이 4.4%까지 급락했다.
특수은행(농·수협중앙회, 수출입·산업·기업은행)까지 포함할 경우 회생 신청 이전 3개년 간 기업 76.2% 이상이 특수은행 또는 시중은행을 주대출은행으로 두고 있었으나, 회생 종결 시점에는 이 비율이 8.5%로 급감한다.
반면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중소기업 관련 주요 정책금융기관을 주대출기관으로 삼고 있는 기업 비율은 회생 신청 전년도를 기준으론 7%에 불과했으나, 회생 종결 연도 및 이후 2개년 동안의 비율은 67.1~70.9%로 급격히 상승했다.
홍 연구위원은 "기업 회생 절차의 신청 전과 종결 후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행태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 보임을 통해 낙인효과의 존재를 시사하는 간접적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홍 연구위원은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보이는 것일 뿐,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 연구위원은 "회생기업의 주대출은행이 시중은행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 변경되는 현상은 낙인효과로 인해 시중은행이 회생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회생기업 자체의 신용등급 하락, 담보가치 감소, 수익성 악화 등 기업의 근본적인 재무상태 변화가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낙인효과가 존재할 수 있음을 제한적으로 시사할 뿐 낙인효과의 존재를 규명한 것은 아니다"라며 "회생 신청 전후의 변화를 보다 정교하게 통제하는 연구설계를 통해 보다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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