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되나요?"…'총량 관리' 문 잠근 은행들, 대출 찾아 삼만리
'모집인 중단·지점당 10억' 사실상 셧다운…연말 보릿고개 시작
총량 넘긴 은행 속출…"기습적 규제 발표, 한도 관리 어려워"
- 김근욱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도엽 기자 =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은행권이 잇따라 대출창구를 걸어 잠그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연말까지 중단했고,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10억 원 이하로 묶는 등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문제는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은행을 전전하는 이른바 '대출 찾아 삼만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6·27 대출 규제 등 예상치 못한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 관리에 혼선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IBK기업은행은 연말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11월분 한도를 이미 소진했으며, 12월분 접수 재개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맺고 대출 희망자와 은행을 연결해 주는 법인 또는 상담사를 말한다. 통상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50%가량은 대출모집인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은행은 지점당 부동산 대출 한도를 10억 원으로 제한했다. 통상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규모가 수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지점당 1~2명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실상 '셧다운' 수준의 조치다.
KB국민은행은 별도의 제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다른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커, 자유롭게 대출을 내주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말 대출 셧다운 현상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정책으로 연말 한도를 소진한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창구를 닫은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올해부터 대출 공백을 줄이겠다며 '연간'이 아닌 '월별·분기별' 단위로 총량을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대출 중단 사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출 찾아 삼만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수도권 대출상담사는 "11~12월은 대출이 가능한 금융사가 손에 꼽히는 수준이라, 금리가 싼 은행을 찾기보다 일단 대출이 가능한 은행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1월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 따르면 내년 대출 상담은 가능하지만, 실제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언제 또 대출 규제가 발표될지 몰라 내년 1월 대출 문의까지 많아진 상황이다"며 "상담은 가능하지만 시스템 반영은 두 달 전부터만 가능해 11월 초부터야 실제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대출 규제 변수가 너무 크다"고 토로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6·27 대책' '10·15 대책' 등 대출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연초 세운 대출 한도 관리 계획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6·27 대출 규제' 발표 당시,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전 예고나 협의 없이 단행된 조치였다"며 "은행권이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6·27 대책 이후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규제 시행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목표치의 각각 120%, 109%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연말까지 신규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기존 대출의 자연 상환분을 반영해 대출 목표치를 다시 100% 수준으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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