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돈벌이 반성, 모험자본 공급할 것"…은행·증권, 생산적 금융 '동참'
하나금융 100조·우리금융 80조, 생산적 금융에 투자
박현주·윤병운 "부동산 돈벌이 반성…모험자본 투자 확대"
- 신건웅 기자,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김근욱 기자
"모험 자본 투자라는 본질적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은행 및 증권업계가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에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 등 쉬운 돈벌이에 집중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180조 원이 넘는 자금 계획까지 내놨다. 다른 금융지주와 증권사들까지 추가 합류하면 생산적 금융 전환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에 이은 두 번째 발표로, 규모는 5년간 총 100조 원에 달한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체질 전환'이다. 그간 주택담보대출 등 손쉬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이자 수익에 의존해 온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100조 원 중 84조 원은 인공지능(AI)·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는 특화 금융상품 등에 활용된다. 또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한 '포용금융' 확대에도 16조 원이 배정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그동안 손쉽게 수익을 내왔던 기존 방식을 완전히 탈바꿈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그룹의 대전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우리금융도 5년간 총 80조 원을 투입하는 이른바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대통령이 생산적 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금융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금융지주의 동참도 기대된다. 실제 KB금융지주도 지난달 각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의무 신설을 골자로 한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신규 인가 카드를 꺼낸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생산적 금융 동참 의지를 드러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 세미나에서 "금융투자업계가 부동산PF에 주력하며 단기 수익에 치중했고 기업 금융에 소홀했다"며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만큼 모험 자본 투자라는 본질적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 같은 경우 IB 수익을 봤을 때 PF가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단기 수익에 치중했고, 모험자본도 총자산의 2%밖에 하지 못했다"며 "금융투자업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한국금융투자업의 자금력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커지고, 부동산이 아닌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거대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써서 누가 한국경제를 살리느냐가 금융사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며 "1금융이 아닌 NH투자증권을 포함한 2금융 금투업이 모험자본 투자 포함해 우리 침체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도 지난달 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금융기관이 대출에 익숙해 돈을 벌었는데, 이건 고쳐야 할 것 같다.(저도) 반성 많이 했다"며 대출로 돈을 버는 금융기관 형태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지금 뭔가 잘못가고 있다"며 "투자 관련 임원들과 회의하겠다"고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외에는 마땅한 투자 수단이 없던 시절은 지났다"며 "이제는 자본시장을 정상화하고 대체 투자 수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고 합리적 장기투자 문화를 조성할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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