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취준생 '주목'…"답답한 금융권? 이제는 NO" 은행에 부는 새바람
이건 금융사인가, IT기업인가…꽉 막힌 은행들, 문 열고 '개발자 모시기'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제가 다니는 회사가 금융사인지, IT회사인지 모르겠어요"
최근 은행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진담반 농담반'으로 던이는 이 말은 은행이 단순히 예금·대출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IT기업'처럼 변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은행권의 변신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된다. 신한은행은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통해 기존 금융업의 경계를 과감히 넘어섰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과 달리 착한 수수료를 내세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알뜰폰' 사업도 있다. 통신 3사와 자회사가 장악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저렴한 통신비'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은행 공개채용에서도 IT·AI 직군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통적인 행원 채용 규모를 줄이더라도, 디지털 인력을 더 많이 뽑는 게 현실이다. 은행이 금융사인지, 테크기업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사는 개발자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인기가 없었다. IT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와 달리, 금융권은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유로운 시도와 실패를 통한 학습을 중시하지만, 은행은 전통적으로 리스크 회피와 규정 준수를 우선시한다. 이 괴리감이 개발자들의 발길을 금융권 밖으로 돌리게 했다.
눈여겨볼 점은 최근 들어 금융권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개발자 컨퍼런스'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IT 개발자들이 모여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는 ‘테크밋업’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24개 기업에서 50여 명의 개발자가 참석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19일 사내 기술 컨퍼런스 ‘코드러너 2025’를 열었는데, 사전 신청을 마친 임직원 750여 명이 몰리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IT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개발자 컨퍼런스'는 회사들이 최신 기술을 발표하고 참가자들과 이를 공유하는 자리다.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기술력 증명의 장'이자,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단', 토스의 '슬래시' , 카카오의 '이프카카오'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보안을 이유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문화가 뿌리 깊었다. 그러나 AI와 디지털 전환이 은행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우수한 IT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특히 AI 분야는 개발자의 역량이 곧 성패를 가르는 요소다. 은행들이 앞다투어 개발자 컨퍼런스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컨퍼런스는 '우리는 이 정도 기술력을 갖췄으니 한번 따라와 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실력이 뛰어난 회사라면 개발자 입장에서도 '저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인재 유치와 조직문화 혁신을 노리고, 외부적으로는 시장 신뢰를 높이고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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