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과 상견례…이억원 금융위원장 "규제완화 늦추지 않고 추진"(종합)

이억원, 은행장들과 간담회…'손쉬운 이자장사' 비판
추가 자본규제 완화 추진…배드뱅크 주도적 역할 당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과의 첫 회동에서 "생산적 금융을 적극 공급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자본규제 합리화'를 늦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29일 오후 3시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20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은행장과의 간담회는 이 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해결과 지속 가능한 성장 및 은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규제 합리화 계속 추진"…은행권 부담 지적엔 "시장 친화적 유인 구조"

이 위원장은 우선 은행권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이익을 내지만, 이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은 부족했다'고 운을 뗐다.

이 위원장은 "은행은 다른 기업과 달리 이익을 낼수록 비판받아 왔다"며 "담보와 보증에 기대 손쉬운 이자 장사로 이익을 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최근 은행권 자본규제 개선을 추진 중이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올리면서도, 은행의 주식·투자에 대한 RWA는 400%를 적용하던 것에서 250%로 낮추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신규 주담대 취급 규모는 연간 최대 27조 원가량 줄어들지만, 주식·투자 RWA 조정에 따라 최대 73조 5000억 원만큼의 기업대출 여력이 생긴다.

이 위원장은 "은행의 투자 여력이 확대되고 자본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은행도 규제개선 취지에 걸맞게 생산적 금융을 적극 공급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다만 은행권에 대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앞으로도 자본규제 합리화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특히 '종합성 규제 완화'가 아닌 그때그때 필요한 완화책을 바로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신용리스크뿐만 아니라 운영리스크, 시장리스크 등의 추가 과제를 계속 발굴·논의하고 구체화할 것"이라며 "은행이 느끼는 부담되는 것들을 팩트파인딩 해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최대한 파악할 것이고 계속 소통할 것이다. 애로사항이 있으면 풀어서 정책 목표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등 은행권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엔 "시장 친화적으로 유인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지, 강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은행권에 어느 방향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며 "은행이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 시대 상황에 따라 어느 쪽으로 재조정하고 강조점을 두어야 할지 고민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곧 출범하는 113만여명의 빚 탕감 프로그램(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은행권이 연체채권 매입 대금 민간 기여분의 대부분을 분담하는 등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강조했다.

이어 "상환능력을 거의 상실한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재기를 도와드리는 것이 개인적 재기뿐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에 복귀함으로써 선순환으로 가는 과정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금융기관도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되고,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이슈들을 고민하고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 네 번째)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은행장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해체 기로'에서 기사회생…"미흡한 점 없는지 되돌아볼 것"

당정대의 금융당국 조직개편 추진으로 '해체 기로'에 있었던 금융위원회가 기사회생한 것과 관련, 후속 조치 차원에서 조직개편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엔 "시기나 내용이 결정되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그간 놓친 부분이 없는지, 미흡한 것은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더 단단해지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조직·기관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금감원장과도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쇄신을 같이해보자고 방향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에 대해선 "금융 행정과 감독에 있어 투명성, 공정성을 높여가는 것인데, 어떤 방법이나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지는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가계대출 관련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해선 "가계부채 안정화 방안은 계속 관심 갖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추이를 보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대응방안 마련하고 준비 중이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롯데카드 해킹 사고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철저한 원인 규명에 따른 엄정한 조치와 더불어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면서, 은행장들도 자기 책임하에 보안체계를 재점검하고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중대 재해 예방 △지역 금융 공급 △청년 채용 확대 등 여러 어젠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공급 위축 이슈 살펴봐 줄 것" 요청…은행·당국 원팀 강조

은행권은 앞으로 우리 경제를 끌어나갈 AI·반도체 등 미래 전략 산업 및 신성장, 혁신 벤처기업 등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등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은행이 충분한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 등의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하며, 관련 생태계 지원을 위한 국민성장펀드 참여의사도 밝혔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여전히 은행을 둘러싼 여러 이슈로 인해 생산적 금융에 필요한 자금 공급 노력이 위축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여러 이슈를 살펴봐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금융사와 금융당국이 '원팀'임을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은행권도 금융당국과 원채널이란 생각으로 정책 방향에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 업권과 향후 소통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은 '4.5일제 도입'을 주장하며 은행회관에 도열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부터 은행회관 앞에서 무기한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