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휘말린 금융당국…운명의날 밝았지만, 조직 개편 '산 넘어 산'
여당, 조직개편 강행 예고…야당, 필리버스터로 맞불
간부 일괄 사표에 세종 이전까지…금융당국 내부 '패닉'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18년간 유지돼 온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가 존폐 기로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본회의에서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원을 두 개로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하면서다.
다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발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했는데, 최장 330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쟁에 휘말린 금융권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부들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고, 직원들은 조직 분리와 지방 이전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업계 역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5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최대 이슈인 검찰청 폐지뿐 아니라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등 금융당국 개편도 포함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는 출범 18년 만에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며 사실상 해체된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 두 조직으로 나뉜다.
관건은 실제 시행 시기다. 정부는 다음해 1월부터 개편안을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개편의 세부 내용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이 처리돼야 확정되는데, 야당인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금감위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대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부의 60일) 안에 표결에 부쳐야 해, 여야 합의 처리보다 통상 6개월에서 최대 1년 가까이 늦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정쟁에 휘말리면서 실무진은 '대혼란' 상태다. 금융위 1급 간부와 금감원 부원장·부원장보 등 임원 전원이 최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정권 교체 때 새 수장이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고 재신임 절차를 거치는 관례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 조직개편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표가 제출된 만큼 '물갈이' 폭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갈림길에 섰다. 금융위 공무원들은 세종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할 가능성이 있고, 금감원 직원들은 조직 명칭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누가 세종이나 금소원으로 떠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사 이동 대상자를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지도 관건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조직 개편 방향과 인사 기준이 빨리 확정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금융위가 추진해 온 핵심 정책들이 정체되거나 좌초되는 등 업무 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7월 시행을 목표로 했던 은행대리업은 후속 조치가 없고, 8월 출범 예정이던 '배드뱅크'(빚 탕감) 정책도 이달로 연기됐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와 서민금융안정기금 역시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당국 실무자는 "지금 세부 기준을 만들어도 결국 재정경제부로 이관되면 그곳에서 최종 결정할 것 아니냐"며 "지금 기준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조직 개편 이슈에 골치를 앓는 것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될 경우 금융사가 부담하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돈 문제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며 "금융당국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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