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초읽기' 금융위·'노심초사' 금감원…금융권은 시어머니 늘까 '한숨'

금융위 해체 확정 가닥…금감원 분리 가능성에 내부선 '반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미국 관세대응 정책금융-금융지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3/뉴스1

(서울=뉴스1) 김도엽 김근욱 기자 = '존치론'으로 힘이 실리던 금융위원회가 결국 '해체'된다. 지난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체제로 돌아간다.

두 개의 별도법인으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은 금융감독원은 노심초사 중이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분리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젊은 직원 중심으로는 '사기 취업'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과 대통령실은 오는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조직법에 대해 최종 논의한 뒤 개편안을 마련,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다.

핵심은 금융위원회의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해 금감위를 신설하는 것이다. 과거 재정경제부-금감위-금감원 구조로 회귀하는 셈이다.

'금융당국 해체론'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을 공약하며 급물살을 탔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마련한 조직개편안에도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고,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으며 탄력을 받았다.

반면 '존치론'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해체될 금융위원회의 수장을 지명한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연일 공개 칭찬하는 등 '금융위의 존재감'을 스스로 과시한 점도 존치론에 힘을 실었다.

다만 여당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논의된 금융위의 '기능 조정'이 사실상 '조직 개편'임이 확정되며, 금융위는 결국 간판을 바꾸게 됐다. 여당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금융위설치법을 금융감독위원회설치법으로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며, 오는 25일 본회의서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관건은 금감원의 분리 여부다. 금감원 내부에선 노조뿐만 아니라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무위 여당에서도 금감원의 큰 반발에 분리 여부를 최종 확정짓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금소원의 특성상 업무 강도가 높은 '민원 처리' 업무를 전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경쟁력을 크게 잃을 수 있다.

금감원은 우수한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신입 공채 필기시험을 하루에 몰아 진행하는 'A매치데이'에서도 선호도가 높았으나, 분리 후엔 채용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벌써 나오고 있다.

회계·법조 출신의 경력 직원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동시에, 금감원 내 저연차 직원들 사이서 '사기 취업'이라는 불만이 쇄도하다.

금소원엔 금감원과 같이 '검사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오히려 금감원, 금소원 모두가 '검사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 기관 간 신경전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반면 금융권엔 시어머니가 한명 더 늘어나는 건 아니냐며 볼멘소리다. 금감원, 금소원 모두로부터 검사를 받는 '이중 규제' 체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한 사안을 두고 양 기관에서 서로 다른 제재심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도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추가 분담금 규모를 약 1000억 원으로 추정 중이다.

한편 금융위, 금감원 수장들은 조직개편을 묻는 말에 모두 말을 아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로 만든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조직개편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무원은 소임을 다 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라며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 참석 전 금감원 분리 가능성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