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개편인가" 술렁이는 금융당국…조직개편안 이번 주 윤곽

금융위 해체로 '산업·감독' 분리?…“현실과 떨어진 추상적 논리”
금소원 신설?…"보이스피싱, 은행 검사 말고 '경찰 수사' 필요"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 초안을 이번 주 매듭짓기로 하면서, 개편 대상인 금융당국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직 해체' 위기에 놓인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는 "무엇을 위한 조직개편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금융당국 개편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산업과 감독의 분리는 추상적인 논리에 불과하고, 현실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민생범죄 대응을 이유로 신설이 추진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에 대해서도 금융사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는 본질적으로 검찰·경찰의 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할 사안이지, 금감원의 '은행 검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산업·감독정책 분리?…제대로 구분이 가능한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금융위가 담당하는 '금융산업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 기능에만 전념하도록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는 '산업 육성'과 '산업 감독'이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기능인데도 금융위가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상호 견제하지 못한 결과, 홍콩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 금융당국 실무자는 "두 기능을 분리하는 순간 금융정책 추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발표된 이른바 '소상공인·자영업자 빚 탕감' 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정책의 큰 틀은 금융사가 보유한 연체 채권을 매입해 소각한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금융사 감독' 체계도 작동한다. 연체 채권이 발생하면 금융사는 이에 상응하는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이 충당금 적립 여부와 수준은 감독기관이 별도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그는 "한 정책 안에는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이 뒤섞여 있어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면서 "만약 두 기관이 산업과 감독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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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은행 검사 말고 '경찰 수사'로 해결할 문제"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실효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에 '검사' 기능을 부여해 '금소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이스피싱·불법 추심 민생 금융범죄를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은행권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은 "은행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다고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은행권은 대규모 입출금 등 '이상거래'가 탐지되는 경우 즉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의심을 안내한다.

그러나 이 임원은 "은행 직원들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2시간 넘게 설명을 해도, 이미 보이스피싱 조직에 '세뇌'당한 고객들은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요즘 보이스피싱 조직은 은행 직원의 말도 절대 듣지 말라는 식의 '매뉴얼'까지 철저히 주입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은행이 아니라 갈수록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과 조직력이다"며 "검찰과 경찰이 수사력을 강화해야 하는 문제지 금감원이 은행을 검사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조직개편 이르면 이번 주 윤곽

한편, 국정기획위가 꾸린 정부 조직개편은 이르면 이번 주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부 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가 주요 쟁점 사항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며 "그 안을 토대로 대통령실과 협의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앞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지난달 30일 "금주 중 정부 조직개편의 큰 얼개가 잡히고, 조만간 국민에게 완성된 형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내각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 인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와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개편안 발표가 지연될 경우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