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추가 인하 땐 불법사금융 확대…2금융권도 타격"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정 최고금리(20%)를 현 수준보다 더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인하 시 오히려 저신용자의 대출시장 접근성 하락으로 '불법사금융'이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 제도 변화와 추후 운영 방향' 보고서를 통해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층으로 대표되는 서민의 대출 접근성을 크게 저하해 사회적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스럽게 결정돼야 한다'고 26일 밝혔다.

과거 최고 66%에 달했던 법정최고금리는 2007년 49%, 2010년 44%, 2021년 39%, 2013년 34.9%, 2024년 25%, 2016년 27.9%, 2018년 24%, 2021년 20% 등 꾸준히 내려갔다.

주로 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대부업계가 영향을 받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에서 고금리 기조로 전환, 자금조달 비용 상승, 경기 침체에 따라 대출 문턱이 올라가며 저축은행업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서민층의 대출 접근성이 더 악화한 셈이다.

실제로 서민금융진흥원 데이터에 따르면 신용평점 하위 20% 저신용자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금액은 지난 2021년 51조 6000억 원에서, 2022년 48조 3000억 원, 2023년 31조 8000억 원 등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이 중 대부업은 2021년 7조 6000억 원에서 2023년 8000억 원으로, 저축은행업은 2021년 18조 6000억 원에서, 9조 7000억 원으로 줄었다. 과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주로 대부업권의 대출 축소가 이뤄진 것과 달리, 이제는 저축은행업권에도 구속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저금리 시대가 다시 와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낮아지거나 경제 상황이 좋아져 신용원가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최고금리가 인하될 경우 저신용층 대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권에서 이탈한 저신용층은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가 2021년 9918건, 2022년 1만 913건, 2023년 1만 3751건 등 증가한 점을 비춰볼 때 불법사금융 시장의 규모가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부업 및 저축은행업권의 공백을 여태 그래왔듯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으로 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기 악화로 정책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과 대위변제율이 상승하며 안정적 공급을 위한 재원 마련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은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최저신용자 한시 특례보증'의 예상 대위변제율을 53.5%로 상향했다. 절반 이상이 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구상채권 회수율은 3.2%로 당초 예상치인 9.6%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대위변제율도 높지만, 채권 회수율은 낮아 사업 손실률을 증가시켜 보증사업 운용을 크게 저해하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자료에서 "보증사업 대위변제율이 3월 말 기준 26.5%로 상승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원활한 신규 보증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실제로 2024년의 경우 대위변제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신규 보증 재원이 부족해 보증공급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부진했다"고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의 대출 공급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동형 법정최고금리'에 대해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고금리의 인상을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라면, 운영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현재의 고정형 이자율 상한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