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라임사태 막아야'…금융감독체계 개편 "공론화가 먼저"

[尹정부 과제]⑱ 금융위-금감원, 정책·감독 충돌로 감독기능 약화
"2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완성형 금융감독 모델 구축해야"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릴 시간이다. 이 시기 만들어진 정책 구상을 통해 향후 윤 정부의 성패를 상당부분 가늠할 수 있다. 윤 정부가 이끌 핵심 정책과제들이 시작될 현재 지형을 파악하고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야 한다. 로드맵이 중요하다. 뉴스1은 윤 정부 5년을 좌우할 핵심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20차례에 걸쳐 싣는다.

금융감독원(왼쪽)과 금융위원회 청사 전경.ⓒ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이슈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뤄진 조직의 개편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주요 의제로 제기된 단골 이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출범 때 거론됐지만,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천문학적인 금액 피해를 유발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이원화된 금융감독체계의 무력함과 비효율성이 드러나면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예고하고 있고, 급격한 물가상승, 글로벌 공급망 사태 등으로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금융위, 정책·감독 모두 맡으면서 감독기능 상대적으로 약화

현재 금융감독시스템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정책)와 금융감독원(감독집행)으로 나눠진 이원화된 구조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구성됐다. 이전엔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책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었는데, 개편 필요성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정책국을 합쳐 금융위원회를 만들고, 산하에 금융감독원을 두는 식으로 개편했다.

현 금융감독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정책과 감독 기능의 충돌이 지적된다. 금융위가 감독정책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정책까지 맡으면서 산업정책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뒀고, 그로 인해 감독기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진흥이라는 가속페달과 감독이라는 브레이크를 한 사람이 밟고 있는 꼴"이라며 "섣부른 규제 완화 정책이 대규모 금융 사고를 야기시키는 빌미를 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2015년 한국형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한 규제 완화 정책이 사모펀드 관련 안전판을 모두 제거해버렸고, 금융산업의 활성화라는 명분에 금감원의 규제 목소리도 힘을 잃게 되면서 결국 2019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부실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행과 같은 이원화 구조에서는 감독 대상인 금융회사들에 대한 업무 중복과 기관 간 판단 차이, 협조 미흡 등으로 인해 감독집행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금융사고가 터질 경우, 두 기관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등 책임소재의 불명확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 금융감독체계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 비효율 사례는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꼽을 수 있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DLF와 라임 펀드 등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터졌지만, 금융당국의 제재는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금감원의 판단을 대체로 수용했던 금융위가 법률적 검토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 시작하면서 제재 심의 기간은 더욱 길어졌다.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금융감독체계는 머리와 손발이 분리된 기형적 구조"라며 "두 기관의 역할 혼선, 협력부재, 감독기능 비효율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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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학계·시민단체 감독체계 개편 '한목소리'…"공론의 장 마련돼야"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여야에서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된 만큼, 그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현 금융감독체계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을 잇달아 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법률안이 연이어 발의돼 4건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성일종·윤창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기형·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다.

이용우·오기형·성일종 의원안은 모두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금융위가 담당하는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분리해 산업정책은 기획재정부에, 감독정책은 새롭게 설치될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기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회의론도 적지 않다. 기재부·금감위·금감원 체제는 2008년 이전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으로, 또다시 옛 금감원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창현 의원은 이를 고려해 금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냈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와 감독 업무만 맡고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 이상 징계 권한은 모두 금융위로 이관하자는 것이다. 금융위 정례회의에 금감원장이 참여하는 것도 이해상충으로 보고 제한하기로 했다. 금감원장 해임요구권이나 예·결산 권한도 국회에 부여하는 등 금감원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했다.

강선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위를 해체하기보다 오히려 금융위에 금감원의 기능을 흡수, 통합해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간사는 "금감원이 감독 업무를 하면서도 법률 제정권이 없다 보니 감독 업무에 따른 필요한 세부 규정을 신속하게 만들 수 없다"며 "금융위를 해체해 정책 기능은 기재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합쳐 감독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면 정권에 힘이 있는 취임 초기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같은 대공사는 정권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며 "임기 말로 갈수록 관료의 힘이 강해지면서 조직을 손보기 힘들어진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정치적인 논리에 갇혀 5년짜리 단기대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2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완성형 금융감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먼저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붙였다 뗐다 식의 조직개편이 반복되면 금융감독체계가 안정을 이룰 수 없다"며 "여러 가지 모델을 심사숙고해 어떤 것이 가장 효율적인 감독체계에 부합하는지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