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속 영끌이냐, 기다림이냐…'금융천재'의 조언은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 "금리 계속 살펴야"
"영끌 투자자, 손절 어려워…중장기적 '분산투자' 고려해야"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노동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근로소득이 아닌 투자소득에 집중하는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올리는 투자)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금수저나 자산가가 아닌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투자해야 한다. 공짜로 빌릴 수는 없다. 자금 조달 비용인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영끌 투자자'들이 이자율인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올해 금리 상승 전망이 이어지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우크라) 침공 사태까지 터졌다.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요인(리스크)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베팅해야 할까. '금융 천재' '금융 1타 강사'로 불리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뉴스1은 지난 5일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끌 투자자에게 불리한 게임"오 부부장은 대선후보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로 '나라를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던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현하는 금융 전문가다. KBS·MBC·YTN·머니투데이 등 주요 언론과도 인터뷰했다.
미국 공인회계사와 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이 있는 그는 국가 기관과 각종 금융 기관,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주관한 바 있다.
오 부부장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했다.
- 근로소득보다 투자소득에 집중하다가 '영끌' 투자까지 나타났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영끝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요인은 금리가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둘째 요인은 자산시장에 투자했을 때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셋째 요인은 임금 소득보다 투자 소득이 더 강하게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 이제는 금리 인상 기조라고 말한다. 금리 상승기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한 투자를 고민하는 분이 많다.
▶"금리를 계속 살펴야 한다. 가령 대출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영끌 투자자에게 불리한 게임이 된다. 이자가 계속 나가기 때문이다. 투자자라면 금리가 (지금처럼) 크게 흔들릴 때는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 금리란 한마디로 돈의 가격이다. 너도 나도 돈을 빌리면 금리가 올라가고 시중에 돈이 풀렸는데도 아무도 빌리려 하지 않는다면 금리는 내려간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2022년 1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올해 1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25%포인트(p) 상승한 3.91%로 집계됐다. 2014년 7월(3.93%)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전달보다 0.25%p 오르면서 3.85%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4월(3.86%)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와 일부 금융 기관의 한시적 인하 정책 등으로 주담대 금리가 잠시 주춤할 수 있겠으나 금리 상승 기조가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오 부부장은 '금리'를 강조하며 영끌 투자자에게 '주의'를 거듭 요청했다.
- 영끌 투자를 자제해야 하는 걸까.
▶"전문 투자자들도 단기적으로 타이밍을 보고 투자할 때 리스크 관리를 한다. 펀드매니저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할 때 하는 표현이 있다. 흔히 '방망이를 짧게 잡는다'고 한다. 들어갔다가 판단이 틀린 것 같으면 빠르게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끌 투자자들, 특히 초보 투자자들은 이런 경우 불리한 입장에 직면한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때 빠르게 손절(손해를 감수하면 파는 것)하기 어렵다."
- 좀 더 설명을 해준다면.
▶ "자신의 판단이 틀려도 투자 자산을 묶어놓고 버티다 보면 다시 회복되기도 하다. 그러나 영끌 투자자들은 버티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를 계속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부담감은 가중된다. 영끌 투자는 심리적으로 불리한 투자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라면 영끌을 권하고 싶지 않다."
◇'역머니무브' 계속될까…"분산 투자 필요"
오 부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서 예·적금으로 투입하는 현상 '역머니무브'에 대해 "예전보다 높아진 금리 때문"이라며 "코스피 기준으로 3300선을 넘었던 주식시장이 최근 2700선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짚었다.
금리 상승은 예금의 매력을 높이지만 주식 시장 하락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화한 데다 은행들이 연 최대 5% 이상 고금리 혜택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역머니무브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적금 잔액은 34조7992억원으로 전월보다 2500억원(0.72%) 늘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말 665조9317억원으로 전월비 8452억원(0.13%) 감소했으나 지난해 말보다는 10조9957억원(1.68%) 증가했다.
- 현재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투자보다 예·적금이 유리하다고 보는가. 역머니무브를 분석한다면.
▶"자금이 시장 흐름에 편승해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쯤에서 한가지 짚을 게 있다. 최근 금리 상승에도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과거 고금리 시기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투자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렵다. 반면 단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에 투자에 올인하는 것 역시 권하기 힘들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때일수록 중장기 관점에서 분산 투자를 생각해야 한다. 요컨대 주가가 내려가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주식을 사는 관점은 지양해야 한다. 러시아 사태가 터졌으니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자금을 몽땅 투입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단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비중 정도는 주식에, 나머지는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넣는 식의 분산 투자를 고려할 때다."
- 자산 10억 이상 강남 '큰손들' 사이에서 채권 투자가 주목받는다.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는 괜찮을까.
▶"실제로 요즘 단기채권 쪽으로 자금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채권 투자를 하다가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 시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분들은 지금이 금리의 고점이라며 채권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채권 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으려면 시차를 더 두고 지켜봐야 한다."
- 금리 상승기엔 채권 투자도 조심해야 하지 않나.
▶ "특히 장기채를 조심해야 한다. 가령 만기 10년에 매년 2%씩 받는 채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좀 과한 예로, 연 금리가 5%까지 확 올랐다고 하자. 지금 가입하면 매년 5%씩 받는데, 지난주 가입해서 2%밖에 못 받는 상황이 된다. 매년 3%씩 손해를 입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따지면 10년 동안 거의 30% 손해다. 채권은 안전 자산이니까 사놓으면 좋다고 하지만 시장 금리가 뛰고 있을 땐 취약할 수 있다.
또 하나, 금리 상승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식이 있다. 중·소형 성장주가 대표적이다. 보통 중·소형주는 재무적 기반이 약해도 미래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투자하는 것이다. 당장 현금을 못 벌더라도 미래의 꿈을 갖고 투자하는데, 일시적으로 실물경기가 둔화했을 때 꿈이 현실화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금리가 올랐을 때는 이렇게 재무 구조가 약한 성장주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 투자 시 금리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될까.
▶"러시아·우크라 전쟁은 에너지 부국 사이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실물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물가 상승세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아무리 전쟁이라도 (요즘처럼) 유가가 치솟으면 실물경기를 주저앉힐 수 있다. 성장둔화는 금리의 하락을, 물가 상승은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현재로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오 부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데 쉽게 예측하고 들어가는(투자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며 "다만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우크라 사태, 물가 상승세 자극할 수 있어"
현재 금융권 최대 관심사는 미국 금리의 인상 여부다. 한국 금리는 미국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에 따라 한국 금리도 오르거나 내리는 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5~16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번달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부부장은 물가상승세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가 오르면 상승분을 제외하고 남는 이익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이자를 올린다. 물가상승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연준은 물가상승세 때문에 애초 0.5%p 올리려 했으나 우크라 사태를 고려해 3월 FOMC에서는 0.25%p만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 사태가 성장 둔화뿐 아니라 물가 상승세 역시 강하게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FOMC는 거의 45일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데 올해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3월 FOMC 이후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을 것"라며 "다만 추가 인상시 0.25%p 이상 올릴지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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