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연이은 진출 CFD 시장…최저증거금률 규제 효과 있을까
시장 커지자 취급 증권사 늘어…시세 급변동성시 시장교란
10월 최저증거금률 시행 뒤 과열 지속시 추가 규제 가능성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차액결제계약(CFD)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FD는 '빚투'(빚내서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는데, CFD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시장이 교란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오는 10월부터 CFD에 대해 최저증거금률 규제를 시행할 예정인데, 이후에도 CFD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규제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교보증권이 처음으로 CFD 시장에 뛰어든 이후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10개 증권사가 CFD 서비스를 하고 있다. CFD는 전문투자자들이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파생거래다. 현재 기준으로는 레버리지를 최대 10배 사용할 수 있어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을 취한 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면 그만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시세가 급변동할 경우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해 거래하는 CFD 투자자의 손실규모는 본인이 납부한 증거금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증거금 추가 납부를 하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미수채권 발생에 따른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레버리지 거래와 반대매매로 인해 시장에 과도한 물량이 쏟아지면 거래량 폭증 또는 시세 급변동 등으로 인해 시장이 교란될 위험이 있다.
올해 초 '빌 황'(한국명 황성국)의 아케고스캐피털이 천문학적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를 일으킨 배경에도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 CFD가 있었다. 아케고스캐피털의 파산은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손실로 이어졌고 그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CFD의 높은 레버리지 비율은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 된다. 1~3월 증시 급락시, 장 중 변동성이 확대됐던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이를 염려한 금융감독원도 금융위원회와 협의한 끝에 지난 1일 증거금률 최저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예고했다. 현재는 증권사들이 개별 종목에 따라 자율적으로 10~100%의 증거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개인투자자에 대한 신용거래융자처럼 40%로 최저한도를 설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활용 가능 레버리지는 최대 10배에서 최대 2.5배로 축소된다. CFD에 대한 수요 감소, 반대매매 충격 완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FD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 점도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다. 지난 4월부터 CFD 계좌를 통해 수익이 나면 11%(지방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CFD는 올해 2월 기준 계좌 수가 작년 동기 대비 251% , 계좌 잔액이 255%, 일평균거래대금이 363% 증가할 정도로 작년에 인기를 누렸던 상품이었으나, 4월1일 과세 이후 잔고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행정지도까지 더해져 향후 CFD 계좌 잔고는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최근 영업력과 홍보능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들의 CFD 시장 진출로 인해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해 들어서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3곳이 새롭게 CFD 시장에 진출했고,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안에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CFD를 통해서는 일반 주식 거래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들엔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앞서 CFD를 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의 요건이 2019년 11월에 대폭 완화(잔고 5억원→5000만원)된 점도 장기적으로 CFD 시장의 확장을 불러올 수 있다. CFD 계좌 잔액은 2018년 말 총 7404억원, 2019년 말 1조2712억원, 지난해 말 4조7807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2019년 말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 이후 1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거금률 최저한도를 40%로 규제하면 단기적으로는 CFD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으나, 이후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CFD는 레버리지용으만 쓰이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CFD 거래의 증거금률이 모두 10%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높은 수준의 거래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업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증거금률 최저한도 40%를 10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행정지도 성격으로 한 것은 시장에 선제적으로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CFD는 자본시장법상 근거가 없는데,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것이다. 특히 10월 이후에도 CFD 시장의 과열 상태가 유지된다면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의 자산규모·소득수준 등을 반영한 포지션 한도 및 종목별 투자한도 도입, 반대매매 기준 강화 등이 거론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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