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이면 공매도 확 달라질까…테이블 위에 오른 개선안은?

개인 주식대주시장 확대해 활성화…종목 늘리고 만기 연장
시장조성자 공매도 범위 축소 전망…홍콩식 공매도지정제 검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재확산 등을 감안해 공매도(空賣渡) 금지 조치를 내년 3월15일까지 6개월 연장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극히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다음달 8일 한국증권학회 주최 공청회를 거쳐 내년 공매도 재개 전까지 제도개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내년 3월 공매도 제도는 어떻게 탈바꿈할까. 우선 무차입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고 개인투자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주식대주 서비스가 활성화돼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이 높아지는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또 시장조성자가 공매도할 수 있는 범위와 '업틱룰'(Up-tick rule·호가제한 규정) 예외 조항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공매도 지정제도 검토된다.

◇개인 주식대주시장 확대해 활성화…종목 늘리고 만기 연장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그런데 전체 공매도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일 정도로,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는데, 기관(외국인 포함)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주식대차시스템을 통해 상장주식 전체를 대상으로 주식을 쉽게 빌려주고 빌려 올 수 있다. 그러나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개인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개인의 대주 가능 종목 수는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3월13일 기준 409개 종목에 그쳤다. 그나마 이 서비스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 5곳에서만 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7~12월) 중 개인 주식대주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다면 마땅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종목군을 늘리는 한편 현재는 불가능한 만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기관 등 다른 투자주체와 비슷한 대여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대주 증거금이나 수수료을 인하하고, 주식을 빌려주는 주체의 이자수익을 늘리는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인 공매도가 비교적 활성화된 일본처럼 일원화된 대주 공급주체를 육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아직 미온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공매도의 종목 수나 이런 서비스를 취급하는 증권사가 많지 않은데, 현재 제도 수준에서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일부 사모펀드에서 나타난 손실 문제를 감안해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무차입 등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업틱룰 예외조항은 축소

무차입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은 강화될 전망이다.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르면 현재 과태료 처분만 받는다.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101건 중 94건이 외국계 투자회사였다. 101건 중 45건은 과태료, 나머지 56건은 단순 '주의'만 받았다. 과태료도 2018년11월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물린 75억480만원을 제외하면 44개 금융사 전체에 10억원 정도만 부과됐을 뿐이다. 무차입 공매도로 얻는 수익은 큰데,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 욕구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10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위법한 방법으로 공매도를 하거나 위탁 또는 수탁을 한 자에 대한 처벌 수준을 현행 최대 1억원의 과태료에서 주문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과징금으로 높이고,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도 바라는 사인인 만큼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는 사실상 시간 문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차입 공매도 등 규제 위반자는 형사처벌을 하고, 이들의 부당이익 환수를 위해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다.

금융위는 현재 12개인 업틱룰 예외 조항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틱룰은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매도 주문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위는 시장조성자의 헤지(위험회피) 거래, 시장조성 호가 등은 투기성 공매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수 차익 매도나 유동성 공급호가 제출 등 12가지 상황에 대해 업틱룰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이를 두고 예외 조항이 너무 많고 실질적인 감시·감독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과 외국인 등이 예외 조항을 악용해 주가를 떨어트린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건물. ⓒ News1

◇시장조성자 공매도 범위 축소 전망…개미들이 요청한 특별검사는 요원

시장조성자에 대해서는 공매도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예상된다. 앞서 은성수 위원장은 "시장조성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과 부작용을 다시 점검해 볼 계획"이라고도 했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유동성이 필요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등 양방향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가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국내 증권사 9곳과 글로벌IB 3곳 등 모두 12곳이 시장조성 업무를 하고 있다.

시장조성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예외 적용을 받고 있다. 유동성 공급을 위해 공매도 등을 통한 헤지 거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개인투자자 1228명은 이를 특혜라고 보고, 특별검사를 해달라고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이에 금감원은 '검사 업무에 참고하겠다'는 회신을 했다. 사실상 특별검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답변이다. 시장조성자 제도를 들여다보려면 거래소에 대한 검사가 필요한데, 지난해부터 금감원은 '금융위와 협의해야 한다', 금융위는 '검사는 금감원의 몫이다'라며 서로에게 결정을 떠넘기고 있어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에 있어 어떤 종목은 되고, 어떤 종목은 안 된다는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면서 "특정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이 필요 없는데도 공매도를 하는 등 과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공매도할 수 있는 종목을 공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시가총액 기준이상 종목만 공매도 허용도 검토…정보 비대칭 최소화 방안도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가총액이 기준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공매도 지정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0일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공매도 금지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홍콩과 같이 일부 대형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한 후 그 효과를 다시 지켜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도 이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콩은 지난 1994년부터 시가총액이 30억 홍콩달러 이상이면서 12개월 시가총액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시가총액이 4700억원 이상인 대형주 등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허용된다. 개인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형주는 공매도 대상에서 제외돼, 개인이 공매도로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주요국 대부분이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제도를 한국만 도입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금융위는 우려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차원에서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정보 공시 후 일정 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도 추진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악재성 정보를 먼저 입수해 차입 공매도를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거나 사업보고서 보고 및 공시규정에 따른 공시사유가 발생했을 때에는 공매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24일 발의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