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구조조정업무 쌓인 이동걸 산은 회장 연임하나

"피곤하다" 연임설에 선 그었지만…"적임자가 계속 맡아야" 연임 무게
일각에선 차기 은행연합회장 등 이동설도 나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종료일이 다가오자 금융권에서 그의 거취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은행연합회장 등 다른 자리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9월10일까지다. 임기가 석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이 회장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회장이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 아시아나항공, 기간산업지원기금 등 산은의 과제가 산적한데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이 계속 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감이 계속 엄습하고 있는데 전쟁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지휘관을 바꿀 수 없지 않겠느냐는 현실적인 인식이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이 회장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부담을 느낀 듯하다. 그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연임설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달라며 재빨리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이고 주어진 일만 전념해도 제 시간이 부족하다"며 "주어진 산업은행 회장의 역할을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 다음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할 필요도, 시간도 없다"며 "저는 충분히 피곤하다"고 복선도 깔았다.

1953년생인 이 회장은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하성 주중대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등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이 회장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두루 지냈고 재벌개혁을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 중 한명으로도 잘 알려졌다. 지난 대선 때는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위원장 후보군으로 분류됐지만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추진할 적임자로 발탁됐다. 원칙주의자인 이 회장이라면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임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역시나 정부의 기대대로 이 회장이 산은 회장으로 등판하자마자 수많은 구조조정 과제들을 떠맡았다. 금호타이어, 한국GM,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등의 구조조정 이슈들을 빠른 속도로 처리했다. 최근 차질을 빚고 있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은 온전히 이 회장의 공이다. 이런 성과의 원동력으로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이 회장의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 금융 선비로 비유될 정도의 꼿꼿하고 뚝심있는 성격 등이 꼽힌다.

이 회장은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개혁도 추진했다. 그는 산은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지난해 출범시켰다.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임무에 대한 부담으로 혁신기업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데 따른 조치였다.

이 회장은 소신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산은과 수은의 합병론을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고 올해에는 한국은행을 향해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힘든 구조조정 작업을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바탕이다. 산적한 구조조정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이 회장만큼의 적임자를 찾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다른 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역대 산은 수장 중에서 연임한 사례가 드물었다. 산은에서 연임한 역대 수장은 구용서·김원기·이형구 전 총재뿐으로 가장 최근의 기록을 보려면 26년 전인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회장의 차기 행선지로 은행연합회 회장 등이 거론된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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