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車 보험료 새 할증 도입, 과실비율 분쟁 급증 우려

과실비율 낮아야 보험료 덜 올라…산정기준 구속력 없어
"민원·분쟁·소송 증가 우려…과실비율 기준 홍보 강화"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요즘 운전자들 사이에서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이 화두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9월부터 사고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한다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많은 사람이 이 소식을 반긴다. 그런데 만약 내가 과실비율이 높은 가해자로 지목받고 보험료가 확 오른다면 선뜻 인정할 수 있을까.

제도 개편을 앞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 사고 당사자들 간 과실비율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툼이 생겼을 때 당사자의 합의 외에는 중재할 만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과실비율 50% 미만 보험료 할증 완화…산정 기준 구속력 없어

지금까지는 자동차 사고가 나 보험 처리를 하면 당사자 모두 보험료가 오르는 비율이 같았다. 그러나 9월부터는 과실이 50% 미만(피해자)이면 보험료가 덜 오르고, 50% 이상(가해자)이면 지금과 같은 할증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보험료 41만원을 낸 무사고 중형차 운전자가 과실 비율 20%인 사고가 났다면, 현재는 과실비율 80%인 가해자와 똑같이 34% 정도 할증돼 보험료가 55만원까지 오른다. 그러나 9월부터는 가해자는 할증 폭이 똑같지만, 피해자는 보험료가 45만원까지만 오른다. 무사고자와 차별을 두기 위해 과실비율 50% 미만이더라도 '3년 무사고' 할인은 못 받는다.

문제는 과실비율 산정이다. 지금은 과실이 다르더라도 보험료 할증 폭이 똑같으므로 사고가 나면 통상 보험사를 불러 손해사정을 하고 각자 보험 처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과실비율이 낮아야 보험료가 덜 오르면 분쟁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에서 차 사고 과실비율은 손해보험협회에서 법원 판결과 분쟁 사례 등을 바탕으로 만든 기준을 참고한다. 그러나 도로, 차종 등 변수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는 기준을 무 자르듯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다. 기준에 법적 강제력도 없다.

◇車 보험 민원 더 늘어날 듯…자율적 합의가 최선, 혼란 불가피

손해사정사인 임동섭 광주보건대 교수는 16일 "과실비율에 따른 보험료 할증 차등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수긍하기 어려워 손해사정 현장에서 민원·분쟁, 사고 당사자 간 민사·형사상 갈등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 민원은 2013년 7776건, 2014년 9165건, 2015년 1만1916건, 지난해 1만277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미 다툼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과실비율로 보험료 할증을 차등하면 더 많아질 수 있다.

금감원과 손보협회는 블랙박스 등으로 과실비율 입증 증거를 챙기고, 과실비율 기준을 협회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자율적 합의밖에 대책이 없어 제도 개편 이후 민원이 늘어나는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과실비율 산정 기준에 대한 홍보와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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